"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잡아라."
글로벌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전세계 표준)'라는 원칙에 예외를 두면서까지 한국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한국인을 위한,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이 늘고 있는 것. 스낵 브랜드는 물론 밀폐용기, 생활용품, 가구 브랜드까지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의 의식주에 적합한 제품과 한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품목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글로벌의 무덤'으로 통하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로 네슬레는 한국에서 커피믹스가 고전하자 롯데와 손잡고 합작법인으로 재진출한 바 있으며 P&G가 진출한 국가에서 헤어케어 제품이 1위에 오르지 못한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인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는 달콤한 카라멜과 고소한 버터향을 더한 '프링글스 버터카라멜' 신제품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단독 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버터카라멜' 신제품은 바삭한 감자칩, 고소한 버터, 달콤한 카라멜 총 3가지의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으로 개발 전부터 30번 이상의 맛 조합 테스트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2030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배합비율을 찾아내 제품화한 것이 특징이다.
프링글스뿐만 아니라 밀폐용기의 원조격인 타파웨어 브랜즈도 국내 소비자를 위해 과감히 외도(?)를 선택했다.
밀폐용기가 주력 제품인 타파웨어 브랜즈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만 전기레인지 '원적외선 쿡탑'을 내놨다. 전기레인지는 조리시 일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성을 앞세워 지난해 국내에서 인기를 모음 조리기기다. 원적외선 쿡탑은 과열 방지, 잔열 표시, 자동 잠금, 키즈락(Kids Lock) 기능 등이 내장돼 안전성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가구 기업들도 한국 소비자를 위해 일부 품목을 국내에서 제조한다. 템퍼, 씰리 등 매트리스 전문브랜드들은 전세계적으로 매트리스만을 판매하는 것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한번에 구입하는 한국 소비자의 구매 패턴때문에 침대 프레임을 생산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다운재킷 브랜드인 '캐나다구스'는 전세계적으로 가을 겨울 시즌에만 한정적으로 매장을 운영하지만 한국에서의 인기가 높아지자 1년 내내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캐나다구스는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서 상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은 지난해 가을 겨울 시즌에 'K-에디션(K-EDITION)'을 선보였다. K-에디션은 한국 고객만을 위해 한국시장에서만 선보인 라인으로 남녀 각각 3가지 제품군으로 총 6가지 스타일로 소개됐다.
영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캐스키드슨도 지난해 한국 소비자를 위해 미니버전의 백팩을 내놨다. 한국에서만 한정판으로 선보인 이 제품은 캐스키드슨의 대표 프린트인 꽃 프린트로 크림 컬러와 로얄 블루 컬러 2가지로 구성됐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얄코펜하겐은 한국인의 밥상에 어울리는 한식기에 이어 설날 떡국을 담을 수 있는 떡국기까지 선보이며 한국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제품이 계속 진화하길 원한다. 또 사용해보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개선되지 않는 제품을 거부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글로벌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꾀하게 된 것"이라며 "국내에서 성공하면 중국을 비롯해 한류 열풍이 거센 아시아권에서 흥행보증수표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