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입니다. 3대 영양소 중 하나지만 사람들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달리 저를 기피합니다. 저 때문에 살이 찌고 성인병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억울합니다. 제가 나쁜 게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자신들의 나쁜 습관이 문제라는 걸 모르는 걸까요.
이제부터 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는 뇌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포막을 만들고 호르몬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1g당 4㎉의 열량을 내지만 전 1g당 9㎉의 열량을 만들어냅니다. 효율이 높은 셈이지요. 저를 너무 과다하게 섭취하면 비만, 혈관계 질환이 생기기 쉬워요. 그러나 아예 먹지 않는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적절한 양만 섭취하면 피부노화를 막을 수 있답니다. 또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도 하죠. 한국인 일일 영양권장량의 총 열량 중 지방 비율이 10% 미만을 차지할 경우 남성호르몬이 감소할 수 있고 하니 남성분들은 저를 미워하시면 안될 거 같아요. 어르신들이 저를 거부하면 난청 위험이 높아지기도 해요. 한림대 성심병원 최효근 교수팀에서 노년기에 단백질과 지방을 적게 섭취하면 난청 위험이 56% 높아지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거든요.
지방에도 종류가 있어요. 불포화지방, 포화지방처럼요. 근데 이를 오해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동물성기름은 포화지방이고 식물성기름은 불포화지방이라고 착각들을 많이 하세요. 근데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은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에 일정 비율로 섞어 존재해요. 식물성 기름 중에서도 포화지방이 많은 종류가 있어요. 코코넛유는 90% 이상이 포화지방이고 야자유도 절반은 포화지방으로 구성돼 있어요. 들기름(8%), 해바라기씨나 유채씨유(10%), 올리브유(13%), 참기름과 콩기름(15%)에도 포화지방이 있답니다. 동물성 기름의 대표주자 라드유(일명 돼지기름)는 포화지방 비중이 38~40%, 불포화지방은 60%를 차지하니 일부 식물성기름보다 불포화지방이 더 많답니다.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진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에서 생성되는 거에요.
포화지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편견이에요. 포화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늘려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나쁜 지방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그러나 이를 증명할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포화지방은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체내 흡수와 이용을 돕고 특히 비타민 D가 풍부한 돼지기름 '라드유'는 골다공증 예방과 튼튼한 세포막을 생성해 염증을 예방해주는 장점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