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29일 발표…5월 말 최종확정
매각작업이 3년째 표류 중인 현대증권 인수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전은 지난해 말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밀린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참여해 사실상 양자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마감한 현대증권 본입찰에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액티스 등 총 3곳이 참여했다.
매각 주간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최종 입찰서에 담긴 인수 가격 등을 포괄적으로 심사해 오는 29일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국금융 "대형 투자은행 위해 현대증권 인수"
한국금융지주는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현대증권 인수에 뛰어들었다.
한국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현재 3조40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 3조2000억원의 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면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합병 과정에서 현대증권의 부채를 청산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도 5조7000억~5조8000억원 규모의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보다 규모가 큰 증권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25일 주주총회 이후 "회사의 덩치를 키우려고 인수 참여를 검토하는 것"이라며 "현대증권이 영업을 잘해서 충분히 시너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미 증권사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05년 주식 중개와 기업 금융에 강했던 동원증권이 자산 관리에 강점을 갖추고 있던 한투증권을 합병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던 수익 구조를 '이밤(IB-AM·기업금융+자산관리)' 모델을 기반으로 개편해 2014년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1위, 기업공개(IPO) 수익 1위, 리테일 오프라인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점유율 2위 등의 성과를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리테일 부문에 강한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브로커리지 영업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금융 "비은행 부문 강화·포트폴리오 다각화"
KB금융지주는 은행에 치우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현대증권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이번 만큼은 과감한 베팅을 통해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는 은행업에 치우쳐있다. 지난해 기준 은행 부문의 순이익이 전체의 67%를 차지했고 카드는 22%, 증권은 3%에 불과했다.
KB투자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기준 18위에 머물러 있다.
점점 고객의 자산관리(WM) 업무가 중요해지고 은행·보험·증권을 아우르는 복합점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KB금융지주의 판단이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산관리·기업투자금융(CIB), 다이어트채널 등 계열사별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의 CIB·WM 부문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현대증권 인수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자금 조달 및 자구안 이행 계획을 고려해 현대증권의 신속한 매각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로, 지난 25일 거래소 종가(6700원) 기준으로 계산한 지분 가치는 3500억원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5000억~8000억원 범위에서 인수가를 제출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