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징크스를 깰 것인가. 3년 연속 하락장을 기록한 '4월 증시'는 지난해 반전 드라마를 썼다.
하지만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전문가들은 4월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지는 않겠지만 장기 박스권을 탈출하는 강세장을 연출하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 전체가 크게 오르기 어려운 만큼 개별 업종이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총선, 주가 변동성을 살펴라"
국내시장 참여자에게 '총선'은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다. 유독 총선이 있는 해에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
29일 키움증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총선 전 10일 동안의 주가 상승률은 -0.63%로 약세였지만 총선 이후 5일, 10일의 상승률은 각각 1.6%, 0.75%를 기록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총선 이후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또 경기의 급격한 하강이 없는 경우 주식 시장은 연 13.3% 상승을 보인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1981년 11대 총선 이후 9차례 선거가 있었다. 주가가 떨어진 해는 1996년, 2000년, 2008년 세 차례였던 반면 오른 해는 1981년, 1985년, 1988년, 1992년, 2004년, 2012년 등 여섯 차례로 더 많았다. 그런데 총선이 있는 해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2012년(9.38%)을 제외하면 1.76%밖에 되지 않는다. 총선이 열리지 않았던 해의 평균 두 자릿수 상승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1996년, 2000년, 2008년 도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이들 3개 연도는 총선과 대형 경제위기가 있었던 해다. 1996년은 외환위기의 전조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코스피가 26% 넘게 하락했다. 정보기술(IT) 버블로 기억되는 2000년에는 주가지수가 50.92% 폭락하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2008년은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지수가 40.73% 하락했다.
반면 1988년은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변동성을 키운 해로 기록된다. 서울올림픽 호재에 힘입어 이해 한 해 동안 주가가 72.76% 상승했다. 11대, 12대 총선이 열린 1981년과 1985년에도 주가지수는 각각 22.93%와 14.68% 상승했다.
특히 2012년에는 총선보다 대선 효과가 컸다. 그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 "5년 내에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열겠다. 두고 보라"고 공언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빨간 옷의 색깔이 주식시세 전광판에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덕담도 건넸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영향으로 코스피는 2000선 턱밑(1997.05)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도 변수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연준내 반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최근 근원 물가상승률은 1.7%로, 연준의 올해 말 전망치 1.6%를 이미 넘어 목표치 2%에 근접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7명 중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를 비롯해 연은 총재 4명은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를 봤을 때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적도 관건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33조4000억원으로 5주 연속 상향조정을 기록하고 있다"며 "환율효과를 중심으로 1·4분기 어닝시즌에서의 수출주 실적 결과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2000선 초반 등락 예상
국내 중대형 증권사들은 4월 코스피 등락 범위의 상단 전망치를 2000선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1900∼2000을 제시해다. NH투자증권(1920∼2040), 한국투자증권(1920∼2060), 대우증권(1930~2050), 대신증권(1920∼2020) 등은 2000선을 넘는 상단을 제시했다.
현대증권(1920∼2100)과 메리츠종금증권(1950∼2100)은 최고 21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통계상으로도 4월 코스피는 대체로 상승 기조를 보였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2001년∼2015년 4월 코스피는 평균 3.08% 올랐다.
NH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가격 지표 반등을 계기로 글로벌 경기는 2분기 이후부터 개선될 가능성 크다"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은 정책 모멘텀 약화에 따른 조정 이후 상승추세에 다시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테마(에너지, 소재, 산업재)에 대한 중장기 비중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성장주는 트레이딩 전략을 유지했다.
문제는 외국인 수급이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자금흐름을 보면 환차익 및 투자 센티먼트와 유의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신흥국 통화 강세와 위험자산 투자심리 기조가 지속되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