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중소기업 위해 '기술금융+관계형금융' 추진
지방은행 관계형금융 실적↑ …은행 ,능동적 지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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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체여과기를 제조하는 A사는 연 매출 150억원, 총자산 200억원의 중소기업이다. 신용등급은 전체 10등급 중 5등급에 불과하지만 동종업계 경력(30년), 안정적인 노사관계(종업원 장기근속), 군납위주의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 등 양호한 비재무 정보로 향후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인정받아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국내 은행권에 관계형금융이 도입된 지난 1년 동안 모두 1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공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그동안 단기자금과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이 개선되고 중위권 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대출공급이 확대되는 등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1년 전 도입한 관계형금융이 도입 이후 취급실적 기준으로 3861건, 금액으로는 1조8637억원의 대출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관계형금융은 신용등급과 재무상황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 거래나 접촉을 통한 정보를 바탕으로 장기 대출자금 등을 공급하는 금융 지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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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비중, 지방은행이 절반 차지
은행권별로는 최근 1년 간 지방은행이 9181억원을 공급했고, 시중은행이 5953억원, 특수은행이 3503억원을 지원했다.
대출자금 용도는 운전자금이 1조711억원으로 전체 57.5%를, 시설자금용이 7962억원으로 전체 42.5%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관계형금융을 시행한 1년 동안 국내은행의 1월부터 9월까지 신규 대출의 상당부분인 77.4%가 3년 미만인데 반해 관계형금융은 모두 3년 이상 장기대출로 취급돼 그동안 대출만기가 빨라 자금상환 압박을 받아오던 중소기업에게 안정적인 자금조달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위권 신용등급(4~6등급)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관계형금융(82.0%)이 일반 중소기업 대출보다 6.9%포인트 높아 신용등급이 낮아도 사업전망이 양호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비중도 관계형금융(34.5%)이 기존 중소기업 대출보다 10.4%포인트 높아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이 대표자의 전문성 및 사업 전망 등 비재무 경영정보 활용 등으로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 부담 딛고 전 업종으로 확대
관계형금융은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을 위해 주도적으로 마련한 지원책이다. 도입 당시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은행들은 능동적으로 관계형금융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기 기술금융과 비슷한 관계형금융에 대한 실적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내부 컨설팅 조직을 활용해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공동으로 그동안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기업의 건의 사항 등을 반영해 내달1일부터 관계형금융 취급 대상 업종을 현행 제조, 정보통신기술업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업은 담보 위주의 일회성 대출이 많은 성격을 고려해 관계형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계형금융이 새로운 대출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관계형금융이 현장에서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은행 담당자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