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병. 림 : 작가,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K-MOVE 중동 해외취업 멘토, :「아랍항공사 승무원 되기」,「서른 살 승무원」,「매혹의 카타르」저자
페르시아 왕조의 마지막 왕자가 실크로드를 따라 신라로 넘어와 신라공주와 결혼했다는 설은 이란에서 구전되어오던 서사시 '쿠쉬나메'에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페르시아'라 함은 지금의 이란을, '신라'라 함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주일대를 가리킨다. 고대 인류문명의 커다란 맥으로 전해온 페르시아 문명을 우리 선조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2009년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발굴 작업이 이뤄져 책으로 정리된 '쿠쉬나메'는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고대 신라의 왕성한 호흡을 실로 아름답게 묘사해 놓았다. 신라공주의 아름다운 자태와 총명함을 전해들은 페르시아 왕자는 단번에 신라공주를 찾아내 혼인에 이른다. '쿠쉬나메'에서 말하길 '신라의 여인들은 몸매가 호리병 처럼 하늘하늘하고 얼굴은 달처럼 훤하다', '지천으로 황금이 넘쳐나고 다툼이 없으며 산수가 아름다워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고 전하고 있다.
신라 향가로 전해지는 '처용가'의 처용이 기골이 장대하고 눈썹이 짙은 서역인이라는 설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신라 38대 왕으로 추측되는 원성왕의 봉분 가까이 장대한 기골로 눈을 부릅뜬 무인들이 밤낮없이 보초를 서고 있다. 고대 신라와 얼마나 끈끈한 우정을 다져놓았으면 왕의 사후까지 보위하는 무인석상이 제작되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설'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그 동안 우리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아깝게 흘려보냈는지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슬람 문명은 동로마 제국의 비잔틴 문명과 사산조 페르시아 문명을 균등하게 수용한 문명이다. 이슬람 문명의 적극성과 개방성은 이후 황하문명과 인더스 문명까지 적극적으로 섭렵함으로써 '이슬람'이라는 고유의 문명을 낳기에 이르렀다. 이슬람은 세계문명의 축을 이룬 문명들의 좋은 점을 취합한 글로벌 문명이다. 제지기술의 발달로 이슬람 문명이 유럽까지 책으로 전파되면서 유럽 르네상스도 탄생되었다.
하지만 정작 페르시아 문명을 섭렵해 찬란한 시대를 꽃피웠던 선조를 가진 우리는 유럽 여행지에 남겨진 르네상스 시대의 족적만 부러워한다. 그 족적이 탄생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우리 선조들의 '실크로드'란 길을 터두었음에는 너무 무관심하다. 경주 괘릉 앞을 지날 때 마다 가슴이 먹먹하도록 궁금증이 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라도 무인석상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을 신라인은 기필코 넘쳐나야 한다. 이슬람의 본래 취지를 이해하고, 카타르, UAE와 같은 아랍부국과 우정 어린 교류를 활성화시키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건설, 항만, 정보기술(IT), 의료 업계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신라인의 후예로서 타고난 사명과 특권을 실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