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통과돼도 대기업 타이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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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기업에 편입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뜩이나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대기업 참여의 적법논란까지 더해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5개 기업진단을 대기업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포함돼 하반기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각각 10%, 50%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의결권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지분을 50%까지 늘릴 계획으로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다.
금융위원회도 IT기업 등 혁신적인 사업자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주도적·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IT기업이 설립과 운영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여당의원의 은행법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국회에서 반년 넘게 표류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은행법 개정 관련 2개안(신동우 의원 등 10인, 김용태 의원 등 11인)이 계류 중인데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의결권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50%까지 대폭 늘리는 내용을 담은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신동우 의원안은 김용태 의원안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지분제한을 완화하더라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상호출자제한(대기업) 집단은 제외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만약 신동우 의원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기업으로 지정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을 받게 돼 추진 주체인 카카오는 사업 전면에 나서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향후 신규 투자나 추가 증자에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지주회사 설립, 상호출자와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 또한 각종 공시의무도 강화되는 등 30개 이상의 새로운 규제를 받게 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미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 법의 테두리 내에서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뱅크, K뱅크는 현행 은행법으로 인가를 받은 것이어서 은행법 개정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계획대로 문을 열 수 있다"며 "하지만 향후 신동우 의원이 제출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카카오의 지분 확대 등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