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흡연 경고그림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고 그림의 수위와 그림의 배치를 놓고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이하 판매인회)가 반발하고 나선 것.
판매인회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흡연 경고그림이 혐오감을 준다며 수위를 낮출 것을 주장했다. 그림 위치를 하단으로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도 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담배 소매업에 종사하는 13만명이 속한 담배판매인회는 성명에서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배치하고 경고그림을 진열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5일 밝혔다.
판매인회 측은 혐오스런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의무적으로 배치해 판매점 진열을 강제하는 것은 흡연과 전혀 관계없는 담배 판매인과 비흡연자들에 대한 시각적·정신적 폭력행위라고 꼬집었다.
판매인회의 반발은 복지부가 지난달 31일 경고그림 후보 시안 10개를 공개할때 이미 예견돼왔다. 복지부가 공개한 경고 그림은 병변 이미지 5종과 성기능장애, 임신부 피해 등 비병변 이미지 5종이다. 10개의 시안 중 오는 6월 23일 최종시안이 결정되면 12월 23일부터 경고그림의 부착이 의무화된다.
판매인회가 흡연경고 그림에 크게 반발한 이유는 후두암으로 목에 구멍을 뚫은 남자, 암 덩어리를 입에 문 구강암 환자, 심장과 폐암의 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제 사진 등 혐오스런 그림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시안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담뱃갑 경고그림을 의무화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의 단서조항이 근거다. 개정안에는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입법 당시 국회에서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은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단서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경고그림 제정 위원회는 자체 설문조사를 토대로 "경고그림 후보 시안들의 혐오 수준을 낮췄다"고 발표했지만 담배판매인회와 흡연자들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혐오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경고그림 제정 위원회는 이번 경고그림 후보 시안 최종 선정을 앞두고 189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후보 시안들은 '혐오감' 항목에서 5점 만점에 평균 3.3점으로 평가돼 외국 경고그림(3.69점)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혐오감을 조절했다고 주장했다.
해외의 경고그림보다 상대적으로 혐오감이 낮다는 경고그림제정위원회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경고그림을 먼저 도입한 국가들의 경우, 혐오 수준을 조절한 경고그림도 사용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피부 노화를 시든 사과로 표현했소 우루과이는 성기능 장애를 등 돌린 부부의 모습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터키는 담배를 철창으로 표현하며 위해성을 알리고 있다.
판매인회는 경고그림이 정면에 보이도록 담배 진열을 강제한다면 판매인들은 매일매일 혐오스러운 그림에 노출돼 시각적, 정신적인 폭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판매점주와 점원들이 받을 '시각적 폭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혐오스런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배치와 진열 강제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판매인회 관계자는 "판매점주와 점원을 비롯하여 점포를 방문하는 비흡연자들까지도 무차별적인 시각적·정신적 폭력에 시달릴 수 있다"며 "끔찍한 그림으로 도배된 판매점은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담배 외의 다른 제품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리 영세상인의 생존권이 위협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판매인회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담배 소비자들도 판매인회의 의견에 동의했다. 애연가 단체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46)는 "담배가 불법적인 상품도 아님에도 담배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흉측한 사진을 부착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