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14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 우리금융 이사회는 우투증권 패키지를 농협금융에 매각하는 절충안을 승인했다. 우투증권 패키지는 우투증권에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묶은 것이다. 농협금융은 당초보다 10% 할인된 1조500억원에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았다.
NH농협금융지주는 변방에서 맴돌던 옛 농협증권을 증권업계 '빅3'인 우리투자증권과 합병시켜 단숨에 업계 1위 증권사로 바꿔놨다.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한 해에만 165%가 넘는 이익 증가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은 한국판 '노무라'라는 평가에도 아직 배가 고프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과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젊은 농협, NH투자증권이 있다
농민, 그들만의 금융기관으로 인식돼온 농협금융지주가 젊어졌다는 평가이다.
그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150억6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46억원으로 45.1% 늘었고 영업이익은 3141억2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0.4% 증가했다.
현실에 안주하는 은행 DNA에 기반을 둔 증권사라고는 믿기지 않은 성적이다.
은행의 보수적인 문화와 증권의 공격적인 문화는 그 DNA가 극과 극이어서 융화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은행업 위주의 금융지주사에 편입된 증권사는 무리하게 은행 DNA가 심어지면서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잖았다.
오랜 속설을 깨트린 배경에는김용환 회장의 창조적 실험이 있었다는 평가다.
그는 부임하자 마자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기업투자금융(CIB) 분야를 강화했다. 농협지주에 'CIB 활성화 협의회'를 만들었다. 또 범 농협 그룹의 프라이빗에쿼티(PE) 기능을 통합·전담하는 PE본부를 IB사업부 내에 신설하고,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발굴하고 성공적인 사모펀드 운용업 진출을 위해 헤지펀드추진본부를 트레이딩사업부에 신설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4조5300억원으로 업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아울러 농협은행의 프라이빗에쿼티(PE)단을 NH투자증권에 편입시켜 사모펀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NH투자증권의 IB 역량을 키워 헤지펀드 사업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모펀드(PEF)를 설립한다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큐브(QV)'로 새로운 미래에 도전
김 회장은 큰 그림을 스스로 그리지만, 나머지는 아랫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통합 최고경영자(CEO)인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에 무한 신뢰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에게 지난 한해는 남달랐다.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자마자 사자후를 토했다. "증권사들이 단기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인기가 높은 상품을 고객들에게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해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고객의 관점을 이해하고 고객 수익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투자자들이 다시 증권사를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가 요지였다.
덕분에 1년여의 기간 동안 순이익 165.2% 성장이라는 성과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 사장은 올해 집권 2년차를 맞는다. 그는 "수수료를 받는 전통적인 모델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은행(IB) 처럼 좋은 투자 건에는 직접 뛰어드는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이미 고객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도 대대적으로 바꿔놨다.
영업에도 새바람을 넣고 있다. 자산관리 브랜드 옥토(Octo)를 대체하는 브랜드 '큐브(QV)'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큐브는 품질(Quality)과 가치(Value)가 결합된 의미로, 정육면체 혹은 입방체를 의미하는 영어 '큐브'(Cube)를 연상케한다. 이는 입체적인 자산증식 솔루션 제공과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맞춤형 전문가라는 세 가지 핵심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외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사장은 홍콩과 인도네시아를 거점 지역으로 삼고 이곳의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