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시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
주: 삼성생명 홀딩스 이하 금융자회사 30% 지분 취득 형태가 일반적이나, 생명 사업사 자본 감소 부담 고려하여 증권 및 카드 지분은 손자회사 형태로 구성(증권 지분 일원화 필요)자료: 삼성그룹, 하나금융투자>
삼성·현대차·SK·롯데 등 주요 그룹의 기업 체질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비용절감과 시너지를 위해 계열사들이 하고 있는 비슷한 사업을 합치고 쪼개는가 하면,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잘라내는 체질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 이는 지배구조 개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및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8월 말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시행을 앞두고 적잖은 기업들이 올해 지배구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설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삼성이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따른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은 '지주회사 권하는 사회'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이후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SDS와 합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분 11.25%를 보유한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도 다시 점증한다. '장기적 부진에 빠진 조선업계의 사업 재편'은 원샷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또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SDS의 지분 2.05%를 대량 매각한 점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가능성이 커진 요인이다.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매입, 72%의 지분을 확보한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도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샷법 통과로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를 흡수·합병할 때 주주총회를 열 필요가 없어졌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삼성그룹 내 물산·전자 분할 및 합병을 통한 제조 지주회사 설립 대비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높아진 상황이다"면서 "삼성생명의 인적분할을 통한 금유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물산에 주목한다. 이상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얻은 후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대전제는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돼 삼성전자 등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도 지배하면서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 지배권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지난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하는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진행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시키는 한편, 비주력사 매각을 통해 그룹 사업부문의 구조조정도 단행하고 있다는 점를 근거로 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을 감안하면 모비스, 현대차, 기아차는 모두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합리적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합병하지 않고 지분을 사들일 때 2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그는 "지주회사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3.3%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의 지분스왑 혹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을 확보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롯데그룹도 도마위에 올랐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롯데그룹 지주회사 전환시 주요 고려 요인은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의 투명성 개선, 신동빈 부회장의 단일 지배 체제 구축,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 탈피, 사업적 시너지 극대화, 계열사 수익성 회복, 지주회사 전환 비용의 절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금융지주 등 도입 서둘러야
문제는 비용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 집단 중 순환출자고리를 가진 8개 그룹, 448개 고리의 전체 해소 비용을 조사한 결과, 총 27조1524억원에 달했다.
해소 비용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 비용으로 산출한 것이다.
총 10개 고리를 가진 삼성그룹이 17조834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개의 고리로 이어진 현대차가 4조743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영풍(7개) 6966억원, 현대백화점(3개) 6106억원, 현대중공업(1개) 5924억원, 현대산업개발(4개) 1755억원, 대림코퍼레이션(1개) 431억원 순이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 현대차,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 노력에 적극적이며, 이는 탈(脫)순환출자를 통해 정책 불확실성 해소 및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검토를 가능케 한다"면서 "이후 경영권 확대 및 세대간 승계까지 감안할 때 지주회사 전환이 최선 또는 차선으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구조개편특별법(원샷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1차 걸림돌은 제거된 셈이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규모가 클 경우 중간금융 지주회사를 도입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시급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위해 현재 국회 계류중인 중간금융지주회사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차기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