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신규 면세점 '입점'을 두고 갑질논란을 불러온 명품브랜드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국내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시세이도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시세이도는 일본 화장품·생활용품 브랜드로 2010년대 들어 헤어케어 브랜드인 '츠바키'를 새롭게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토종화장품의 돌풍 속에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는 같은 동양계로 피부타입이 비슷한 국내에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그러나 K-뷰티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자 일본 화장품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한국시세이도는 지난해 영업손실은 15억원, 2014년 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30억원에 달해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22억원 더 많은 상황이다.
명품업체들의 고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수트 명품인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도 적자를 면치 못했고 페라가모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도 국내 시장에서 실적이 둔화됐다. 구찌코리아도 지난해 면세점 누적매출이 전년대비 19% 가량 감소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명품 브랜드들의 위기를 해외직구의 증가와 신규면세점 보이콧을 꼽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허가를 따낸 HDC신라면세점, 두산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은 3대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를 유치하지 못했다"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새로이 입점할 면세점들간의 경쟁을 통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명품들의 잇속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면세점에는 명품이 없다'는 편견까지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품 없는 면세점이라는 편견으로 면세점 방문객이 줄어들 경우 이미 입점한 명품 브랜드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들의 올해 실적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직구는 지난해 15억5000만 달러로 늘었다. 또 미국 최대의 세일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인 지난해 11월 해외직구 매출은 93%나 증가했다.
/김문호 유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