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모씨는 퇴근 후 출출하자 치맥(치킨+맥주)을 주문했다. 윤모씨는 지인에게 선물한 와인을 백화점 매장에서 고른 뒤 선물받을 사람의 주소로 배송처리를 요청했다. 박모씨는 지방까지 가기 어려워 이강주를 전화로 주문해 배송받았다.
세 명 중 적법하게 주류를 구매한 이는 누굴까. 현행법상 주류는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판매는 불법이다. 이 경우 판매업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전통주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특정 채널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결국 박씨만이 적법하게 주류를 구매한 셈이다.
주류의 통신판매 금지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성년자가 주류를 구매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면 거래를 유도하고 있지만 매장을 직접 방문해 주문한 후 배송을 요청하는 것까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 치킨이나 중식당 등에서 메뉴와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경우 단속의 어려움으로 적발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높다.
10일 국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각 지방국세청에서 주류 불법 통신판매 혐의가 있는 소매점주 120여명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65곳을 적발하고 과태료 총 2억6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점 와인샵 등에 집중됐다.
국세청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는 인터넷에서 제품을 홍보하거나 사전예약을 받을 수 있지만 대면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주류의 경우 여러병을 구입할 경우 소비자가 직접 들고 이동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아 주문한 뒤 배송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의 단속에 와인숍과 수입주류 판매업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와인은 한병씩 구입하는 사람보다 한번에 여러병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결제까지는 대면으로 이뤄지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배달해주는 것까지 단속한다면 가뜩이나 시장 규모가 정체된 와인시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의 불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배송중단'을 내거는 매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치킨, 중식당 등 외식 배달업체까지 단속이 확대된다면 자영업자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