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말 롯데쇼핑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9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계획했던 발행물량 2500억원의 두배가 넘는다. 덕분에 롯데쇼핑은 조달 비용까지 낮출 수 있었다. 롯데쇼핑이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149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 물량도 회사채 발행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고 있다. 실제 자금조달에 앞서 실시하는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가 몰리자 싼 금리에 운영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대기업 회사채 증액 발행
11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총 5900억원의 기관 자금을 끌어 모았다. 만기 3년 물에는 1700억원이 많은 2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5년 물에는 1000억원 많은 2500억원의 수요가 있었다. 10년물에는 700억원의 기관 수요가 몰렸다.
롯데쇼핑은 수요예측을 반영해 900억원을 증액해 발행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46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27.8% 줄어든 8578억원으로 8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내린 신용등급은 'AA'이다.
롯데쇼핑이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149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 물량도 회사채 발행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수요예측에도 총 14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3년물 700억원 모집에 900억원, 5년물 300억원 모집에 500억원 규모로 청약 의사를 밝혔다.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한화에너지는 당초 계획보다 400억원을 증액해 1400억원을 발행했다.
카카오는 수요예측 결과 발행예정액 2000억원의 1.5배에 가까운 3100억원의 기관투자 주문이 들어왔다. 3년물에는 2500억원, 5년물에는 600억원의 투자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발행물량을 2500억원으로 늘렸다.
한일시멘트(A+)는 3년물 400억원어치에 대한 지난 5일 수요예측에서 2000억원 규모의 기관 수요가 몰리자 200억원을 증액해 오는 12일 총 600억원어치를 내놓기로 했다.
◆기업, 유동성 확보 나서
이들 기업 대부분은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기업으로, 올 들어 회사채 품귀 현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다수의 기관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걱정에 국내 금리 동반 인상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기관이 투자를 꺼렸었다. 크레딧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기조가 심해지면서 금리가 높은 회사채, 특히 우량기업의 크레딧 물량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사채 발행 부진에 따른 회사채 시장의 '반사이익'을 최대한 활용화려는 의도도 있다. 공기업 부채 감축 계획에 따라 기존 공사채에 투자하던 연기금, 기관 등의 자금이 회사채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줄었다.
현대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우량 회사채의 절대적인 발행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2·4분기 본격적인 차환발행이 진행되자 투자자금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는 발행사의 니즈도 맞물리며 AA등급 발행사의 증액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