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준다는 매력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던 월지급식펀드가 손실이 나면서 투자자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다 상당수 펀드는 원금마저 날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면 운용사가 국내외 채권이나 주식으로 굴려 가입자에게 생활비를 주기적으로 지급(정기 환매)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은퇴 후에도 매달 꼬박꼬박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노후 대비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지난 2011년 이후 월 지급식 펀드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었다.
그러나 최근 1년 단기는 물론 2, 3년 중장기 투자 성과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 설정액은 지난 14일 기준 7869억원이다.
최근 1개월 새 114억원이 인출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733억원이 월지급식 펀드에서 이탈했다.
월지급식 펀드는 주로 신흥국 국공채 등 글로벌 채권과 배당주 등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자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자금을 빼는 것이다.
전체 44개 월지급식펀드 수익률은 올 들어 평균 1.80%(보수 차감 후)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수익률은 -6.78%로 부진하다. 2, 3년 중장기 수익률도 각각 -4.60%, -2.07%로 저조한 성적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운용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연 3~6% 수준의 분배금은 원금에서 차감한다. 이 때문에 펀드 수익이 마이너스로 접어들면 다른 펀드에 비해 원금을 갉아 먹는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월지급식 펀드에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투자신탁 1[분배형]', 'KB이머징국공채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A-월지급클래스', '프랭클린월지급미국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Class C', '슈로더월지급글로벌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 종류A', '이스트스프링월지급미국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H)[채권-재간접형]클래스C'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매달 받는 돈을 줄여 원금을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말한다. 손실이 커진다면 펀드를 해지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의 경우 펀드의 65% 가량이 '월지급식펀드'이다.
일본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2014년 말 기준으로 총 펀드 시장 자산 113조엔 중에, 월지급식 펀드는 약 74조엔(65%)으로 증가했다. 월지급식 펀드가 아닌 펀드는 39조엔(35%) 규모였다. 같은 기간 국내 펀드시장 약 233조원 가운데 월지급식 펀드 설정액은 9100억원(0.5%)에 불과했다.
현대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산규모로 상위 펀드는 대부분 국내주식형 펀드이지만, 일본에서는 높은 배분금을 줄 수 있는 해외채권, 하이일드채권, 고배당주식, 일본·글로벌 리츠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자산규모 상위펀드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5~59세 전국 성인남녀 29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평균 226만원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비 은퇴가구의 보유한 금융자산, 저축액,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평균 예상 준비자금을 산출해 본 결과 가구당 월 평균 110만원으로 필요한 돈의 48% 정도 밖에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