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지형변화…진보정책에 금융권-대기업 초긴장?]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정치권 뿐만 아니라 금융권과 대기업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야권의 총선 공약에 포함된 '가계부채 탕감', '채권 추심 제한', '대부업체 규제강화' 등 진보적인 금융 공약이 즐비하고, 대기업 재벌구조개혁을 벼르는 의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금융권의 예상과는 정반대 정국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진보적인 금융관련 공약 추진이 예상된다. 야권이 연대해 진보적인 금융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금융권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17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금융관련 공약에는 장기 소액채권 소각을 비롯해 1000만원 이하이면서 10년 이상된 연체 채권을 일시 소각(41만명 혜택)하는 등의 서민 금융부담 완화 대책이 포함돼 있다. 또한 각종 금리나 수수료율을 낮추고 소액 연체 신용불량자를 구제해 서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더민주의 금융관련 대표적인 공약은 비례대표로 당선된 제윤경 주빌리 은행 상임이사의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위한 3단계 가계부채 해소'가 골자다. 대기업과 관련해선 '제2의 김기식'으로 불리는 채이배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제2의 김기식'으로 불리는 채이배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대기업의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 당선자는 19대 국회 정무위에서 대기업 '저격수'로 통했던 김기식 의원과 참여연대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다. 그 역시 경제민주화·공정성장·재벌구조개혁 전문가로, 20대 국회에서 공정성장론 관철과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서민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추는데는 금융권도 동의한다. 하지만 자칫 이 같은 정책이 '금융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야권의 정책 현실화를 기대하고 아예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이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동안 열심히 빚을 갚아오던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야권은 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00만원 이하이면서 10년이 넘은 연체 채권을 일시 소각(부채 탕감)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 채권 가운데 저소득·저신용 서민 114만명의 소액 장기연체 채권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도 공약에 들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 관련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공약은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다"면서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무엇보다 평등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일부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정책이 나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을 통한 선심성 복지 정책이 서민의 부채부담을 낮추는 일시적인 '위안'이 될 수 있지만 경쟁력 회복 등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권의 총선 공약에는 대부업 최고 금리(27.9%)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인 25%로 통일하고, 이자제한법의 최고금리도 2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들어 있다.
이 같은 공약에 대해 대부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한다. 이렇게 될 경우 정작 급전을 필요로하는 서민들이 찾을 금융기관이 크게 줄어 들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총선 공약이 곧 정책 현실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지만 금융권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주요 대기업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채이배 비례대표 당선자의 재벌개혁 정책 등에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