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특히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친 지난달에는 3조원이 넘는 대기성 자금이 CMA로 몰렸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5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새롭게 기록했다. 최대치 경신은 지난달 14일(52조5000억원) 이후 한 달여 만이다.
4월 들어서만 3조107억억원이나 늘어나 올해 들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CMA 수도 지난해 말 1157만개에서 지난달 말 1173만개로 넉 달 새 16만여개 증가했다.
시중 자금이 CMA로 몰리는 것은 연 1.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의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1.50%로 낮아지자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CMA의 금리를 밑돌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2016년 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56%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말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정기예금 금리는 올 들어 2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월(1.56%) 이후 4개월 만에 1.5%대로 돌아왔다.
만기가 1년인 정기예금 금리는 1.65%로 1월(1.72%)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의 CMA 금리는 연 1% 수준이지만 우대금리를 반영할 경우 연 3~4%까지 가능하다.
또 1년 이상 자금이 묶이는 정기예금과 달리 CMA는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 처럼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수익이 비슷하다면 입출금이 자유로운 CMA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CMA는 하루만 맡겨도 약속된 연 이율을 지급한다.
대다수 증권사의 CMA는 자동이체와 현금·체크카드 기능 등 시중은행의 통장과 유사한 기능도 제공한다.
다만, 일부 종합금융사에서 파는 종금형 CMA를 제외하고 증권사에서 파는 CMA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CMA의 투자 대상이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인 데다 최악의 상황에서 운영 증권사가 파산한다 해도 투자 채권이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돼 있어 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CMA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상황"이라며 "증시로 이동하기 위한 투자 대기 자금이나 주식 차익 실현 자금이 위탁계좌와 연결된 CMA로 속속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