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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벚꽃이 무지개 색이라면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요-곽인식

그림1-곽인식, Work84-S, 종이 위 잉크, 126x174㎝, 1984 출처:갤러리현대



요 며칠 비도 오고, 바람이 불어 제법 쌀쌀해지더니 벚꽃들이 우르르 땅으로 이사했어요. 벚꽃 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겹쳐진 모습이 꼭 곽인식 화백의 작품 같아요. 겹쳐지고 또 겹쳐져서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 인연 같기도 하고요.

모노하(物派)의 선구적 작가 곽인식(1919∼1988) 화백의 작품입니다. 모노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에 접근하는 예술을 뜻해요. 모노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곽인식화백은 대구 출신으로 1941년 일본 도쿄에서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해 국내에서는 사실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편이에요. 나무, 쇠, 유리 등의 물성에 대한 관심들을 회화에 반영하는 작업은 당대 단색화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한지에 타원형으로 단순화시킨 맑고 투명한 이미지의 중첩을 평면 회화에 표현하는데요. 투명 수채화 같은 색점들의 집합이 감성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림2-곽인식,Work 85-AY,Original Colors Oriental Paper Canvas,125 x 165cm,1985



어린아이가 손으로 꾹꾹 눌러 찍은 이미지같기도하고, 수채화 붓으로 톡톡 건드린 것 같기도 하고 지문으로 꾸욱 꾸욱 누른 것 같기도 하죠.

"점은 점을 부르고, 점이 겹쳐지고 점을 찍는 것에서 초월한다"

곽인식 화백의 말입니다. 저는 그의 말이 '인연이 인연을 부르고, 인연이 겹쳐진다'로 들려요.

그림3-곽인식,86-5 Work 86-5_ed.50,종이에 메조틴트(동판화),40.8×40.7cm,1986



한참을 들여다보니 가을에 쌓인 낙엽 같기도 하고, 겨울에 찍힌 눈 발자국 같기도 합니다. 자연의 변화를 닮기도 했어요. 질서 없이 겹쳐진 것 같지만 멀리서보니 조화로워요. 우리 삶도 이 그림 같았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정신없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질서 없이 사는 것 같아도 돌이켜볼 때면 '모두 필요한 경험이었구나'하며 생각할 줄 아는 여유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위해서는 우선 당장 다가온 주말부터 시간을 길게 늘어뜨려 여유 있게 써야겠어요.

그림4-곽인식,종이에 채색,106x67㎝,1985



ⓒ빅쏘/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 보기 좋은 날, 모지스 할머니ㅡ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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