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 "전세계 의약품시장은 약 1200조원 규모다. 국내는 20조원 수준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얼마 전 신종플루 백신을 구하려고 국내 관료가 해외에 있는 제약사들에게 손을 벌린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제약 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제약주권을 빼앗기면 안된다. 기업들이 공동으로 연구개발(R&D), 품질관리, 유통 등에 힘을 합치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진입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세계 제약시장을 노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이가 있다.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구바이오제약 조용준 대표(50·사진)다.
동구바이오제약은 1970년 동구약품으로 설립, 동구제약으로 사명을 바꿨다 전문 의약품뿐 아니라 바이오 의료기기, 화장품 등 토털 헬스케어시장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2014년 초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4년 말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명문장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더모타손 크림, 쎄닐톤 정 등을 선보이며 피부·비뇨기과 계통에선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회사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자가지방 줄기세포 추출키트인 '스마트X'를 개발, 미용·성형분야 진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가장 높은 3등급을 받았다.
"스마트X는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이미 특허를 내놨다. 5월에는 줄기세포 화장품도 새로 나온다. 헬스케어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나라만 200조원이다. (제약회사들이)해외에서 삼성과 같이 300조원을 왜 벌어들이지 못할까 생각도 해봤다.(웃음)"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조 대표가 최근 1년새 다녀온 나라만도 스페인, 페루,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다. 2억5000만명 가량이 사는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기업과 합작해 공장 건립도 추진중이다.
5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현지 병원과 시스템, 의료장비 등의 수출을 위한 계약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가의 주권이 올라가고, 제약 및 의료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아시아권에서 제약 강국이었던 필리핀이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지금은 제약 후진국으로 전락한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조 대표는 3년전부터 제약조합 이사장까지 맡고 나선 중소기업끼리의 협업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회사의 R&D센터가 있는 경기 향남산업단지내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조합 소유의 안전성시험센터가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개별 회사들이 안전성 시험을 하고, 자체 센터를 짓기 위해선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한다. 이사장을 맡은 이후 기관들과 협약 등을 통해 협동화할 수 있는 분야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공동 R&D, 공동 구매, 공동 품질관리, 공동 물류 등이 모두 협동조합이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선대 창업자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 대표의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8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에는 '업계 20위권'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추가 진출을 통해 올해 해외부문에선 300만 달러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증시 입성을 위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도 체결하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