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집중…신용위험 평가 병행
M&A 등 '빅딜' 논의 '시기상조'…자구계획 존중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가 개최됐다./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26일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사즉생(死則)(죽고자하면 산다)이란 강경한 어조를 빌어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임 위원장은 "경쟁력 없는 산업과 기업은 경쟁력을 보완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명운을 좌우한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겠다"고 했다. 선제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세 가지 트랙(track)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제1트랙은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협의체가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면 이를 기초로 채권단이 개별기업의 채무조정 및 사후관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제2트랙은 신용등급 C, D 등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상시적인 구조조정 추진이다.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평가, 개별기업의 신용위험평가 등을 바탕으로 채권단과 기업체가 재무구조개선 약정, 워크아웃과 회생절차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제3트랙은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개별기업 스스로 인수합병(M&A),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 이행하면 정부는 기업에 세제혜택,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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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는 자구계획 수립…M&A 불가
정부는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조선과 해운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집중하기로 했다.
조선업 중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에 대해서는 자구계획을 요구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추가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급여체계 개편, 비용 절감 등의 자구계획을 내놓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내달 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주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제출받은 뒤 집행 상황을 관리한다.
임 위원장은 최근 제기된 이들 조선 3사의 합병예측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각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 중소형 조선사는 업체별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STX조선은 올 하반기 중 대외여건을 감안해 경영정상화나 회생절차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추진 중이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SPP와 대선조선은 통폐합과 매각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사실상 올 상반기가 '골든타임'인 해운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내달 초까지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고 사채권자로부터 채무재조정 합의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소외돼 사실상 청산의 길로 접어든다.
최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두 업체가 세계 해운동맹에 잔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남은 절차는 법정관리뿐"이라고 압박을 넣고 있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방안에 대해서도 조선 3사와 마찬가지로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고용지원 체계 마련
정부는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임 위원장은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안기업 여신을 대부분 보유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회사채시장 안정, 실업·협력업체·지역경제 지원 방안 등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실업문제에 대비해 노동개혁 4법의 입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실업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고용안정, 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한 고용보험법, 파견법 등의 입법이 시급하다"며 "여야 각 당에 법 개정을 적극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야정 구조조정협의체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구조조정에 참여하겠다는 언급에 대해 환영한다"며 "구조조정 이슈는 채권은행 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노동개혁,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법과 예산을 다루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신속한 구조조정과 적기 대응을 위해 채권단과 여야 협의체의 분명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개별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존중해 협의체가 개별기업 구조조정에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오는 28일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