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백년 손님에서 백년기업의 미래로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는 최근 오너의 사위가 경영에 참여한 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사례가 늘고 있다. 재벌가에서 잇단 이혼으로 사위들이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태제과와 골든블루가 대표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사위가 개발한 허니버터칩 덕분에 상장 꿈을 이뤘고 골든블루는 사위가 경영을 담당하면서 위스키 시장 2위로 도약했다.
유통업계에는 사위가 경영에 참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해태제과와 골든블루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사위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는 오리온의 담철곤 회장과 원할머니보쌈으로 알려진 원앤원 박천희 대표 정도가 꼽혔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은 직접 광고모델로까지 나서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왔고 원할머니 보쌈의 박 대표는 장모의 맛집을 기업형으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오리온은 최근 중국에서 잇따라 메가히트상품을 추가하면서 글로벌 제과기업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해태의 히트상품 제조기 신정훈 대표
해태제과는 신정훈 대표가 개발부터 진두지휘한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해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허니버터칩 효과는 제과업계의 허니열풍으로 이어졌고 증시 재입성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해태제과는 2001년 증시에서 퇴출된 후 15년만인 오는 11일 재상장한다. 장인인 윤영달 회장은 해태제과 인수후 수차례 상장을 꿈꿨지만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실패한 바 있다. 때문에 해태제과 상장을 두고 식품업계에서는 "장인의 숙원을 이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신 대표는 윤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 씨와 결혼했으며 미국 MBA를 수료한 회계사 출신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다 2005년부터 해태제과 대표로 사위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유제품과 빙과시장이 크게 축소되면서 대부분의 제과업계가 전년 수준의 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해태제과는 달랐다.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대비 15% 이상, 영업이익은 90% 증가했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첫해인 2014년 석달만에 110억원어치가 팔려나갔고 지난해에는 523억원까지 매출이 늘었다.
신대표는 허니버터칩에 이어 허니통통 등 잇단 히트상품을 내놓으면서 해태제과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번 상장으로 약 880억원의 자금을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며 300%가 넘는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인 윤 회장도 해태제과 상장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해태제과는 크라운제과가 최대주주로 보통주 지분 31.7%, 우선주 지분 34.9%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크라운제과 보통주 27.38%, 우선주 0.60%를 보유했다.
◆위스키업계 2위 이끈 김동욱 대표
자동차 부품업체 대경T&G에서 장인 박용수 회장과 함께 경영에 참여해온 김동욱 대표는 만년 3위 골든블루를 5년만에 2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글로벌 위스키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토종 위스키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1년 골든블루를 인수한 후 김 사장은 저도수, 무연산에 집중했다. 도수가 낮은 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또 인수초기 전국을 무대로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기보다 부산, 울산 지역에 집중했다. 이 지역은 주류 성공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대부분의 지역소주들이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사세가 위축된 것과 달리 부산 지역 소주 무학은 전국 3위자리를 굳히며 지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났다. 편의점에서 맥주와 소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분석된 지역도 바로 부산이다.
부산에서의 승부가 통한다면 전국을 호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 대표의 예상이 적중하면서 골든블루는 위스키 제조사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윈저, 임페리얼의 양강구도를 깬 첫 사례로 등극했다. 윈저와 임페리얼도 골든블루 돌풍에 저도수 제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으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최근에는 위스키 특유의 브라운 컬러를 버린 '화이트스피릿'의 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를 내놓으면서 또 한번 위스키의 고정관념 깨기에 나섰다.
유통업계관계자는 "사위경영이 잇따라 성공하며 백년손님이 백년기업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며 "전문경영인과 같은 전문성을 갖춘 사위들이 이제 경영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