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전략분석] NH농협금융, 김용환式 소통경영에 응답하다
김용환 회장 취임 1년…리스크 관리·비용절감 '역점'
'현장중심 소통경영'으로 내실 다져 '글로벌화' 성공
NH농협금융그룹과 김용환 회장./농협금융 제공
NH농협금융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해외진출과 핀테크(Fintech) 등 신사업 부문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김용환 회장의 '소통철학'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의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수출입은행장 시절 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한 경험과 네트워크 활용 경력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 농협금융의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해외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사업추진 기반을 다진 농협금융은 올해 1월 중국 공소그룹, 3월 인도네시아 만다리은행과 합작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잇따라 체결했다.
이번 해외진출은 '농업금융'을 강점으로 농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김 회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농업금융 분야에 특화된 사업 강점과 농협의 경제사업 부문간 공조체계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며 "향후 현지 사업파트너와의 협력 진척도,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 금융환경 등에 따라 사업성과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익 정상화 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농협금융은 지난해 저금리와 저성장 등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총자산 339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6%(24조1000억원) 몸집을 불렸다. 은행지주 가운데 신한금융그룹(370조5000억원)에 이어 2위 규모다. 올해 1·4분기 총자산은 356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4.8%(16조2000억원) 더 커졌다.
다만 지난해 농협금융의 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47.7%(3662억원) 감소했다. 1·4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5%(482억원) 줄어든 894억원에 그쳤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조선·해운사에 대한 충당금이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조선·해운업의 부실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증대, 비용 효율화를 통해 목표 수익 달성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의 올해 최종 순익 목표는 전년보다 130% 성장한 9200억원. 이 가운데 은행 부문은 7100억원으로 은행 수익성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비은행 부문은 3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5%포인트 확대시켰다.
김 회장은 "은행은 대손충당금 부담만 아니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며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한계기업(좀비기업)의 과감한 정리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사후적 부실정리 구조를 선제적 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부신여신 발생의 사전적 예방을 위해 금융연구소에 산업분석팀을 신설했다. 산업분석팀은 앞으로 157개 업종을 분석하고 여신·리스크 관리 정책과 연계해 위험관리에 집중하게 된다.
김 회장이 지주 내에 '기업투자금융(CIB)추진협의체'를 만든 것 역시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다. 지주 및 계열사 임직원이 모여 투자정보를 공유하고 부동산 투자 펀드 등 공동투자를 논의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적극적인 기업문화로 '핀테크 사업' 선두
김 회장은 취임 직후 '현장·스피드·소통·신뢰'등 4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기업문화 쇄신을 독려해 왔다.
우선 불필요한 형식과 관행을 없애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전을 최소화하고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보고체계를 대신했다.
사내게시판에 'CEO와의 대화방'을 개설해 직원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 또 자회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청취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등 강도 높은 소통행보를 이어왔다. 올해 발표된 농협금융의 새로운 슬로건인 '금융의 모든 순간'도 현장방문 중 직원의 건의에서 탄생한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 집무실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고, 내부에 서류결제판을 들고 결제를 위해 줄서 기다리는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라며 "농협 특유의 경직되고 보수적인 문화가 개선되고 직원 의사결정 또한 자유로워졌다"고 전했다.
농협금융은 핀테크 사업에서도 업권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NH핀테크 협력센터'를 통해 국내 최초로 핀테크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조직을 구축했고 같은 해 11월 'NH핀테크 혁신센터'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정식 출시했다.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이란 핀테크 기업이 농협의 금융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금융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김 회장은 "올해 100여곳의 기업에 금융API를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농협계열사가 합심해 금융플랫폼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핀테크 기업에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핀테크 기업에는 성장의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