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가습기 살균제 우려가 다른 생활용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검찰 조사결과 폐손상 원인 물질로 규정된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 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 면제부를 받은 성분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유사한 성분들까지 불매 조짐을 보이고 있다.
CMIT와 MIT는 이마트, 애경 등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주 성분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 초기에는 조사대상에 포함됐지만 직접적인 폐손상 원인은 미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우려는 물티슈, 샴푸, 생리식염수 등으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 단체 조사결과 지난 2013년 시중에 유통되는 물티슈 30개 중 23개가 PHMG, PGH, CMIT, MIT 등을 살균성분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포털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안전한 물티슈 고르는 법 등이 주목 받았고 이후 업계의 자정노력이 이어졌다.
2~3년전부터 물티슈의 경우 환경부의 유해물질로 등록된 성분을 빠르게 배제하고 있어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중 살균제 성분을 포함한 제품은 극소수다. 하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전성분 표시를 지키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육아카페에서는 최근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5무(無), 6무(無)'라는 업체의 홍보문구를 신뢰하기 보다 전성분 표시에서 구아니드 또는 졸리논이라는 성분이 포함됐는지를 살피라는 주의사항까지 게시글로 올라오고 있다.
물티슈 뿐만이 아니다. 상처의 소독이나 렌즈 세척용으로 사용하는 생리식염수의 경우 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PHMB)가 논란이 되는 성분이다. 렌즈 세척용 생리식염수에 포함된 이 성분은 PHMG, PGH와 같은 구아니드(구아니딘) 계열이다. 전문가들은 렌즈 세척용 생리식염수를 코 세척이나 상처 세척에 혼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코 세척을 할 경우 호흡기로 직접 흡입하게 돼 가습기살균제만큼이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생리식염수를 구매할 때는 용도에 맞춰 성분 확인이 필요하다.
영등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 지 묻지 않고 '생리식염수 주세요' 하던 고객들이 살균제 수사 이후 달라졌다"며 "코 세척용으로 써도 되는지, 렌즈세척용을 상처 소독에 사용해도 될지 꼼꼼히 묻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약국 제품 중 해당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이 어떤게 있는지까지 깐깐히 따지는 고객들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크리너용액에도 구아니딘 계열 살균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급격히 더워진 날씨 탓에 차량 에어컨 살균을 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 제품에 대한 경고성 정보도 블로그와 카페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크리너용액에는 PHMG, PGH성분이나 유사한 구아니딘 계열의 살균제라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소독 후 충분히 건조하지만 미량 남아있다면 호흡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졸리돈 계열인 CMIT, MIT도 폐질환 원인물질에서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이미 환경부 지정 유독물질로 등록된 상태여서 소비자들은 졸리논 계열까지 보이콧을 할 태세다. 더욱이 CMIT, MIT는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 역학조사에서 세포독성이 1.76. 2.35로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세포독성은 1이상이면 유해한 것으로 분석한다.
CMIT, MIT는 파라벤류와 함께 화장품과 샴푸의 보존을 위한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파라벤류는 일종의 화장품 방부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인체에 대해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증명된 바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문제가 화장품과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며 "제조사는 유해 성분은 물론 유사성분까지 대체제를 마련하고 유통업계도 이같은 성분에 대한 검사를 꼼꼼히 해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