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유플러스는 부분 가발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모모홈쇼핑을 통해 대만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모모홈쇼핑에서 탈부착이 쉬운 부분가발 '볼륨퍼프헤어뽕'으로 10회 방송만에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굴한 혁신상품에 선정된 승인식품은 고대하던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지역 중소기업인 승인식품은 참기름과 들기름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홈쇼핑 진출로 지역이라는 한정된 시장을 벗어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더블유플러스와 승인식품의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롯데홈쇼핑에 '프라임 타임 6개월 영업정지'라는 레드카드를 꺼내든 것이 원인이다. 더블유플러스는 롯데홈쇼핑의 대만 합작법인인 모모홈쇼핑을 통해 대만에 진출했고 승인식품 역시 혁신상품에 선정되면서 롯데홈쇼핑 편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4대 홈쇼핑사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 방송 비중이 가장 높다. 롯데홈쇼핑의 중소기업제품 의무 편성 비중은 65%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70% 가량이 중소기업 제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기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의 의무 편성 비중인 8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단독거래 170개사 판로 사라질 위기
24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통상 오전, 오후 8시에서 11시인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로 인해 롯데홈쇼핑의 매출이 반토막날 위기에 처했다. 홈쇼핑의 경우 특정 시간에 매출 쏠림 현상이 심하다. 24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홈쇼핑에서 프라임 시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시간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50%가 집중된다.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는 곧 중소기업의 매출 축소와도 직결된다.
롯데홈쇼핑은 상생을 위해 프라임시간대에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판매제품을 다수 편성하고 있다. 프라임시간대에 배정된 제품 중 다른 홈쇼핑에 소개되지 않은 협력사만도 170여개에 달한다. 롯데홈쇼핑에서 단독판매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실상 판로가 끊기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트는 농가'다. 동트는 농가는 강원도 정선 농민 100여명이 재배한 콩을 재료로 한 된장과 청국장 블럭이 주요 상품이다. 지난 2014년 롯데홈쇼핑을 통해 론칭한 동트는 농가는 한 시간에 1만 세트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4회 방송만으로도 누적 주문액 3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농민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롯데홈 제재인가 협력사 제제인가 쟁점
일각에서는 롯데홈쇼핑에 대한 미래부의 제재가 협력사를 정조준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 지난해 6개월간 프라임 시간대에 발생한 취급고는 5500억원에 달한다. 수수료를 제외한 취급고는 협력사의 매출이다. 협력사 500여개는 졸지에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출 축소를 감내해야할 상황이다. 협력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롯데홈쇼핑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A사 대표는 "롯데홈쇼핑이 부당하게 재승인을 받았다면 롯데홈쇼핑에만 부담을 줄 것이지. 애꿎은 협력사까지 엮는 건 과거 연좌제를 보는 것 같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그는 이어 "다른 홈쇼핑에 손을 내밀어봤자 롯데홈에서 방송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판매가격을 낮추고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유아동용품을 판매하는 또 다른 협력사 대표는 "중소기업 방송 비중이 높아 주요 홈쇼핑사 가운데 가장 많이 편성이 이뤄졌던 롯데홈쇼핑이 영업정지된다면 6개월간 5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라며 "당장 직원들에게 매년 지급하던 여름 휴가비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미래부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상 비리 임원 등을 누락한 것을 이유로 지난 13일 '프라임 타임 6개월 영업정지 처분' 시정조치 계획을 발송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3일 협력사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를 조정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미래부는 롯데홈쇼핑 의견서 검토해 제재 수위를 최종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