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공공기관 가운데 사장 자리가 비어있거나 하반기에 임기가 끝나는 곳이 수두룩해 '낙하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임기가 후반기로 본격 치닫으면서 지난 대선, 총선 등 선거에 도움을 주고도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인물들, 소위 '정피아(정치인+마피아)'나 '선피아(선거에 도움을 준 인물+마피아)'가 대거 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상 기관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인선되는 기관장들은 두 정권에 걸쳐서 임기를 수행할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세월호 사건으로 문제가 불거져 퇴로가 막힌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의 공공기관행도 여전히 자연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꽃보직'으로 통하는 이들 공공기관 수장 자리를 놓고 누가 앉을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와 개별 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수자원공사는 교수 출신인 최계운 사장이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이달 초 퇴임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전 김성회 사장이 총선 출마 이유로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사임했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사장 공모를 냈다가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이달초 2차 공모에 들어갔다. 6개월 가까이 사장없이 이기만 부사장이 현재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일환으로 자칫 문닫을 위기에 처한 대한석탄공사는 권혁수 사장의 임기가 9월말 끝난다. 후임으로 오는 사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전력 자회사들인 한국남동발전(허엽 사장), 한국서부발전(조인국 사장), 한국전력기술(박구원 사장), 한전KPS(최외근 사장) 역시 모두 하반기에 수장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기관은 현재 사장들이 모두 한전 출신이다. 한전기술, 한전KPS는 사장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사장을 뽑으면 된다. 하지만 남동발전, 서부발전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주주총회 의결→산업통상자원부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형 공공기관 중 하나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조석 사장의 임기가 9월 말로 끝난다. 조 사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과 에너지를 총괄하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유세지원 단장을 맡아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3년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난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주요 기관의 수장들도 하반기에 줄줄이 바통을 넘겨주게 된다.
한국농어촌공사 이상무 사장,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재수 사장 등이다. 이상무 사장은 행정고시 10회로 농식품부에서 기획관리실장(1급)을 역임한 바 있다. 현명관 회장은 삼성물산 회장과 삼성물산 상임고문을 거친 인물이다. 이 사장과 현 회장은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모두 현 정권과 인연이 있었다.
농촌진흥청장, 농식품부 차관 등 관가에서 잔뼈가 굵은 김재수 사장은 '3+1+1'로 총 5년간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사장 연임을 하면서 주무부처이자 친정인 농식품부와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중소기업청 산하인 소상공인진흥공단 이일규 이사장과 중소기업유통센터 홍용술 사장도 12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일규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등을 거쳤다.
이외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박보환 이사장), 한국산업단지공단(강남훈 이사장), 한국에너지공단(변종립 이사장) 등이 올해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복수의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장의 경우 정치인이나 관료 등 출신 성분과 관계없이 '힘 있는 사람'을 바라는 것이 모든 기관들의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기관장 외에 일부 상임이사를 정치권 몫으로 남겨놓는 것도 업계에선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