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밀레오레가 송사에 휘말렸다. 송사의 주인공은 밀리오레를 설립한 유종환 대표와 상인자치단체 대표인 상가운영위원장이다. 유 대표는 위원장 윤모씨가 입점비와 홍보비를 횡령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윤씨는 오히려 횡령을 한 것은 유 대표라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대표가 기자와 만나 소송의 쟁점을 직접 밝혔다. 윤씨는 유선상으로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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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자치기구에서 입점비나 홍보비를 관리하도록 했는데 상가운영위원장이 수백억원을 횡령하다니……."
동대문 패션타운을 일군 주역이자 밀리오레 신화의 주인공 유종환 대표가 명동 밀리오레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유 대표는 2일 기자와 만나 중부경찰서와 서울 중앙지검에서 조사중인 명동밀리오레 상가운영위원장 윤모씨의 횡령 혐의를 공개했다.
윤모씨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상가운영위원장으로 재직해왔다. 쇼핑몰의 경우 새로 입점할 때 일종의 권리금처럼 입점비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지가 좋을수록 입점비도 높다. 그러나 입점비는 권리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상가 주인이나 기존 매장 운영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상가의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운영된다. 또 입점한 모든 상인들은 각종 판촉행사와 이벤트 비용으로 사용되는 홍보비로 하루 5000원~1만원씩을 부담하고 있다. 입점비와 홍보비의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상가운영위원회다.
유 대표는 "13년간 윤씨가 상인들에게 걷은 돈은 300억원이 넘는다. 이중 공소시효가 남은 횡령액만 180억대에 이른다"며 "밀리오레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인들과의 상생이 필요한 때에 윤씨는 제 주머니를 불리기에만 바빴다"고 비난했다.
현재 유 대표는 윤씨를 검찰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그는 "오픈 초창기처럼 다양한 판촉행사와 이벤트를 열었다면 명동밀리오레가 위축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윤씨가 상인들에게 현금으로 홍보비를 걷어 증빙자료가 마땅치 않다지만 상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횡령금액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인들과 상가운영위원회 내부 문건을 통해 조사한 입점비 입금 내역도 공개했다.
상가운영위원회의 정관에 입점비와 홍보비 등에 대한 지출현황을 기재하고 이를 상인들에게 공시하도록 돼 있다. 정보를 공개해야하는 상황에서 13년동안 꾸준히 횡령이 이어질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자 유대표는 "공개를 안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 대표에 따르면 윤씨는 상가 실소유주와 상인들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없도록 했다. 재계약 시기가 되면 윤씨를 통해 계약연장을 해야하는 '을'의 입장인 상인들이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할 수 없었다는 것.
고소장을 제출한 후 일부 상인들은 법원에 진정서와 진술서를 제출하며 유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100만원~600만원의 입점비를 내고 면적에 따른 홍보비를 제공해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상인 최모씨는 "보증금을 선납해야 입점할 수 있는게 아니라 입점비를 내야만 입점이 가능한 상가가 명동밀리오레"라며 "입점비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모씨의 주장은 다르다. 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4년전 상인기금 14억을 가져간 것이 유대표"라며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유대표가 수차례 장부조작을 지시했다. 이를 거절하고 14억과 밀리오레 내에 내가 소유한 상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씨는 "유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대표는 1998년 밀리오레를 열면서 패션쇼핑몰 열풍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후 동명동, 수원, 대구, 광주 등 밀리오레를 잇달아 오픈해오다가 신촌밀리오레 분양시 허위광고를 했다는 분양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900억원의 분양대금을 지급하면서 밀리오레 신화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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