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카카오 이슈'가 9일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한 결정적 배경이 됐다.
벤처기업에서 성장한 카카오가 시너지 효과 등을 위해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추가 성장에 제동이 걸렸고, 동정론이 벤처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가 3400억원에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등 자산이 기존 4조2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5조원' 벽을 넘어섰다며 지난 4월초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4조2000억원을 주고 팬오션을 인수한 하림(자산 9조9000억원)과 보유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이 커진 셀트리온(〃 5조9000억원)도 대기업집단 명단에 같이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가 자산 5조원이 넘었다는 이유로 자산이 348조원으로 1위인 삼성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카카오에 대기업집단들이 받는 규제를 적용할 경우 인터넷은행 등 신규 사업 진출 등에 제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에서 성장한 카카오는 모든 스타트업들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획일적 잣대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느 벤처기업이 M&A 등으로 몸집을 키우려고 하겠느냐"면서 "이번에 기준을 상향조정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숫자가 '5조'에서 '10조'로 바뀌었을 뿐 문제는 계속 수면 아래에 남아 있다. 제조업, 서비스업, IT, 바이오 등 업종 특성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간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속도내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공정위 신영선 사무처장은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사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은 4%로 제한된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비금융사 지분 한도를 50%까지 늘리도록 은행법이 개정돼도 대기업집단은 4% 이상 습득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둘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기업집단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와 함께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도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됨에 따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게 됐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벤처로 창업한 지 14년 만에 지난 4월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당시 셀트리온은 8%였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비율이 대기업 지정 후 3%로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연구개발비에 따른 세액 공제를 다시 중소기업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46.47%)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램시마 판매를 전량 맡기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혜성 거래를 하면 처벌토록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거래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는 데다 현재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유통·마케팅을 전담할 만한 대체기업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대기업 지정에 따른 규제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투자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로 해외 진출 및 램시마 후속 제품 개발, 생산시설 증설 등의 사업 계획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계열사 등은 중소기업 범위에서 제외돼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한다. 벤처기업육성법은 벤처투자조합이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조세특례제한법은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해선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비율을 축소 적용하고 있다.
또 신문법은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일간 신문사 주식 50%를 초과해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업자 주식 10%, 종편·보도채널 주식 30%를 초과 보유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은 또 가업 상속시 상속세 감면 대상 제외(세법), 사내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법인세법), 사업재편에 필요한 자금의 보조·융자·출연 제한(기업활력제고법) 등도 적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