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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정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

김승중 유통&라이프 부장



'사정정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

롯데그룹이 사정당국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0일 검찰 수사관 200여 명을 동원해 신동빈 회장의 평창동 자택, 롯데그룹 영빈관, 본사 신 회장 집무실, 롯데호텔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롯데시네마 등 무려 17곳을 압수수색했다. 14일에는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 10여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전방위적으로 진행한 압수수색은 법 집행이 아닌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롯데그룹 계열사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과 일본 대주주 배당 형태의 국부 유출 정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앞서 올 2월부터 수개월 간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은 오래 전부터 지적 받아 온 대한민국 대표 기업비리다. 대기업 총수 중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다. 비자금은 통상적으로 리베이트, 커미션, 회계조작 등 부정한 방법을 통해 조성된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로 이어지거나 기업의 재투자를 방해해 건강한 산업구조를 망가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소비자의 손해로 귀결되기 때문에 검찰의 '비자금 수사'는 당연한 업무이자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은 시기가 문제였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말미암은 '레임덕'에 대한 지적이 안팎으로 일고 있다. 게다가 여당은 현재 총선 후휴증이 내분으로 번지면서 사분오열 하고 있다. 각종 정계 로비 정황으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의 대대적 기업 수사에 대해 '본격적인 사정정국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검찰의 칼 끝이 향한 곳이 롯데그룹과 조선업계 등 MB정권 당시 크게 성장했거나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 받는 곳들이어서 '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롯데그룹 압수수색의 배경으로 밝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국부유출'이다. 검찰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대주주인 일본 롯데 홀딩스(19.07%), 광윤사(5.45%), L1~12투자회사(72.65%) 등이 배당금 형태로 막대한 국부를 가져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통해 막대한 부가 일본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도 국부유출로 정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평이다.

한국은 주식 배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주식이든 지분 투자든 해외 투자자에게 벌어들인 만큼 배당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 이치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를 만들 당시 사용한 대부분의 재원은 일본 롯데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일본 롯데 입장에서는 분명한 '투자금'인 셈이다.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2014년, 일본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약 34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04%, 영업이익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설사 이것이 국부유출이라 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고 지적하는 것이 과연 검찰의 역할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검찰 압수수색이 '국부유출'을 전면에 내세운 사정정국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사정정국이란 보통 정부의 과오를 가리기 위해 기업 비리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국민과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때 흔히 쓰는 전략이다. '나의 문제를 가리기 위해 남의 문제를 들춰낸다'는 것은 당연히 온당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 같은 일을 국가와 법의 이름을 빌려 진행한다면 이는 오히려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다.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사실이라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단순한 검찰의 의심에서 그친다거나, 사정정국에 의한 '기업 길들이기'라면 기업이 입은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사정정국을 '으레 일어나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묵인하게 된 국민 정서와 낮게 엎드리고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기업들이다. 사정정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은 검찰과 정부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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