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통신요금 인가제의 신고제 전환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경쟁의 활성화를 반기는 분위기와 통신요금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이라 우려가 상충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14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영상 국무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국무회의에서도 의결됐지만 지난 19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무회의에서 재의결된 만큼 20대 국회 안건으로 심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는 앞으로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할 때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간 무선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유선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KT는 통신요금을 사전에 허가받아야 했다. 정부는 지난 1991년 무선과 유선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이들 기업에 대해 통신요금을 새롭게 구성할 때마다 정부의 인가를 거치도록 했다. 지배적 사업자 견제를 위한 공정경쟁 차원에서 도입돼 25년간 유지돼 왔던 제도다.
이번 결정의 배경엔 최근 이동통신 시장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 통신 위주로 바뀌는 등 도입 당시와 달리 시장 환경은 달라졌고, 통신요금 인가제의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정부의 판단이 있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정부의 요금 인가제에 대해 "사업자들의 경쟁을 제한하고 사실상 요금제 담합을 유도하게 만든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정부의 조치로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통상 2~3개월씩 걸리는 심의 절차의 물리적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통신업체들이 지금보다 빠르게 시장변화에 대응하며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통신요금이 신고제로 전환됨에 따라 1위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은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이나 KT가 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요금 인하 경쟁을 주도해 타 사업자의 가입자를 끌어오면 시장지배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돼 오히려 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도 사라져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력 사업자가 유일하게 규제 받는 상징적인 수단이라, 통신 시장에 끼칠 영향력과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돼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