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주도(酒)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108번뇌를 담은 '술 취한 원숭이'
한때는 크게 열풍이었던 막걸리의 인기가 많이 하락했다. 예전의 열풍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자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건 프리미엄 막걸리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햅쌀과 재료를 활용해서 차별화를 꾀하고 인공적인 단맛을 내는 감미료, 색소 등을 넣지 않는 등 자체의 순수한 맛을 살려서 막걸리를 만든다. 전통 방식을 고수해 전통 누룩을 사용하거나 직접 만든 누룩을 쓰고 있으며, 패키지도 훨씬 고급스럽게 재 단장했다. 이 맛에 반해 프리미엄 막걸리를 취급하는 주점이나 소비자들이 많이 늘고 있는 상태다.
오늘은 신상 프리미엄 막걸리를 소개할까 한다. 이름은 '술취한 원숭이'와 '붉은 원숭이'.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농업회사법인 (주)술샘에 기술 이전한 "홍국 발효주 제조기술"을 상용화 한 제품이다. 각각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다.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효과가 있는 모나콜린K 성분을 함유했다.
두 제품 모두 홍국으로 빚어 아주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라벨도 독특하고 제품 이름도 톡톡 튄다. 원숭이와 붉은 색을 컨셉트로 가져간 이유를 물어봤더니 올해가 건강과 부귀를 상징하는 붉은 원숭이의 해라 이 붉은 원숭이의 컨셉트를 그대로 담아냈다고. 특히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에서는 홍국이 오래 전부터 사랑 받아 왔기 때문에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는 10.8도로 높은 편인데, 무감미료로 막걸리를 빚을 경우 11도 전후가 가장 맛을 잘 살려내기 좋은 도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0.8도로 도수를 정한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불교에서 108가지로 분류한 중생의 번뇌인 108 번뇌를 상징한다고. 원숭이와 108번뇌. 요괴를 비롯한 인간의 108번뇌와의 치열한 싸움을 담고 있는 '서유기'가 문득 생각나는 건 왜일까?
한편 홍국막걸리의 제조사인 술샘은 가양주(家釀酒)에 관심 있는 동호인들에 의해 설립된 양조회사다. 인공감미료 등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순수 전통방식으로 술을 담그고 있다. 또한 전통주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누룩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화곡, 미인국 등의 누룩과 누룩소금, 전통발효식초 등 기타 발효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참! 가장 중요한 멘트를 잊을 뻔 했다. 보통 막걸리를 마실 땐 사발 형태의 막걸리 잔을 준비하기 십상인데, '술취한 원숭이'와 '붉은 원숭이'는 꼭 와인 잔에 맛보길 권한다. 특유의 향을 느끼기 훨씬 좋으며, 세련된 붉은 컬러가 파티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고소한 견과류와 담백한 치즈, 간단한 과일만 있으면 와인 파티 못지 않다.
붉은원숭이 술취한원숭이/대동여주도 제작자 이지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