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정부가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3.1%에서 2.8%로 낮춘 것은 하반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성장률을 끌어내릴 요인이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주력품목 경쟁력 약화 등으로 수출도 기대하기 힘든 점도 함께 반영했다.
경제성장률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를 정부가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기 개선세가 정책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 부진이 투자위축 등으로 파급되면서 민간 활력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1·4분기 성장기여도(전기비)를 보면 정부 부문이 0.5%포인트, 민간은 0%포인트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 부진에 구조조정 영향이 겹치면서 제조업 신규채용(전년 동월비)은 1∼4월 계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청년층 실업률 역시 지난해 10.1%에서 올해 1∼5월 10.9%로 상승하면서 취약계층 중심으로 일자리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20조원의 재정보강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성장률은 올해 2% 중반 정도로 봤다"면서 "추경안이 성장률을 0.2∼0.3%p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2.8%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부진 지속, 설비투자 위축은 물론 개소세 인하 종료,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소비 조정 가능성마저 있어 적극적 재정보강 없이는 하방위험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은 물론 경상성장률 전망치도 4.0%로 당초 전망치(4.5%)보다 0.5%p 낮췄다. 경상성장률은 물가 수준을 반영한 성장률이다.
올해 민간소비는 2.2% 증가하겠지만 설비투자는 전년 5.3%에서 올해 0.3% 증가로 증가 폭이 급감하면서 사실상 제자리 걸음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5.6%,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세 둔화, 수출부진 및 기업 구조조정 영향 등에 따른 고용창출력 약화로 전년(34만명) 대비 둔화된 30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말 제시한 전망치 35만명 보다 5만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7만2000명이 감소한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고용률(15∼64세) 역시 당초 66.3%에서 66.1%로 0.2%p 내리고, 실업률은 3.5%에서 3.7%로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실업률 역시 2010년(3.7%)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종전 전망치(1.5%) 보다 0.4%p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0.7%) 보다는 높아지지만 여전히 저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 하방요인이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정부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2014년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8%를 제시했다. 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격탄을 맞자 6개월 만인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3.1%로 낮춰잡았다.
그러나 이후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한 해가 마무리되던 지난해 말에 가서야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대폭 낮추면서 현실을 '수용'했다. 이마저도 실제 성장률(2.6%)을 빗나갔다
정책에 따른 성장률 효과를 과신했다 결국 꼬리를 내리는 것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호승 국장은 "성장률은 워낙 불확실성이 많은 측면이 있는데 작년 전망 시점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두 번이나 내려갔다"면서 "그만큼 세계경제 흐름이 금융위기 이후에 빨리 개선되지 않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으면 (우리경제 성장률도) 올라갈 수 있다"며 "최근 전망치만 보면 (계속) 낮추는 상황이라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