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금융권에 초대형 '인사 태풍'이 북상할 전망이다.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금융공기업, 금융유관기관 수장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마지막 금융권 인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만료를 앞둔 CEO는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신보) 서근우 이사장, 한국거래소(KRX) 최경수 이사장,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홍영만 사장, 한국예탁결제원 유재훈 사장,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 IBK기업은행 권선주 행장, 기술보증기금(기보) 김한철 이사장, 한국수출입은행 이덕훈 행장,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 등이다.
아직까지 포스트 CEO의 이름이 부상하지 않았지만 전·현직 경제 관료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현직 CEO는 연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관리 원인이 '낙하산 인사' 때문이란 지적이 있어 현 정부의 마지막 금융권 CEO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학계나 연구원 출신보다는 오히려 전문 관료 출신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 후계구도 주목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만 68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내부 규정에 따라 만 70세까지 재임한다는 내부 '나이 제한'에 따라 재연임이 불가능하다. 통상 지주 회장 임기만료 3∼5개월 전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임작업을 시작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11월께 본격적인 회추위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신한의 차기 회장 선임과 맞물려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위 사장 연임 여부는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돼 있다. 위 사장의 연임 여부는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군 윤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위 사장은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 공기관 CEO 임기만료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서근우 신보 이사장은 오는 9월에 임기가 끝나다. 또 홍영만 캠코 사장,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도 연내에 임기가 끝난다.
신보의 경우 후임 이사장을 뽑으려면 모집 공고,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금융위원장 제청, 대통령 임명에 2개월 정도 걸려 이르면 이달 말 공모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신보 이사장 중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지만 규정상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어 서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내부에서 나온다.
최경수 KRX 이사장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위해 뛴 만큼 20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기 위해선 최 이사장이 1년 더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거래소 통합 이후 연임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홍영만 캠코 사장과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들 기관의 기관장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어서 연임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경제 관료 후배들의 인사 적체 해소 차원에서 자리를 비워 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기업은행 CEO도 임기 만료
12월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 행장은 지난 2014년 말 취임때 "2년 안에 민영화를 이루겠다"면서 종전까지 3년이었던 임기를 본인 스스로 줄였다. 이에 따라 매각 성공 여부에 따라 연임 또는 퇴임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실적상승과 주가 상승 등으로 CEO로서의 자질을 증명했다는 분석이다. 매각 성공까지 자리를 지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조만간 다시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금융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행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우리은행 내부에서 후임 행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기명, 이동건 부행장 등이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권선주 행장도 실적과 리스크 관리로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경제 관료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던 고 강권석 전 행장을 제외하면 연임한 기업은행장이 없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밖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내년 3월에, 김한철 기보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1월에 끝난다. /김문호 기자 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