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서울에서 11년째 직장생활을 하던 박호진씨(40·가명)는 지난해 고향과 가까운 충북 진천으로 귀농을 했다.
10년차가 되니 회사 업무도 손에 익고, 한창 중요한 일을 맡을 나이였지만 더 늦기전에 농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몇년 동안 귀농 준비도 착실히 했다.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아내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농사지을 땅이 문제였다. 서울에서 살던 전세집을 빼서 내려가더라도 원하는 농가주택을 구입해 수리를 하는데 돈을 쓰면 남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인에게서 땅을 빌려준다는 농지은행 이야기를 들었다. 농지은행을 통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논이나 밭, 과수원 등을 빌려 농사를 지으면서 임대료를 갚아나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귀농·귀촌을 하려는데 농사지을 땅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지은행을 통해 땅을 저렴하게 빌리거나 좀더 여유가 있다면 쉽게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농지은행의 대표 상품 중 하나는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이다.
이 상품은 말 그대로 만 20세 이상~39세 이하 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을 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고 등 농업계학교를 졸업했다면 만 44세까지도 신청할 수 있다. 또 기존에 농업인이더라도 농지 소유 면적이 3ha(1ha=1만㎡)이하면 신청 가능하다.
축사시설부지를 제외한 논, 밭, 과수원이 대상이다. 사실상 낙농이나 축산을 제외한 모든 땅을 빌리거나 매입해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지원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매매든, 임차든 최고 5ha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 기존에 3ha를 빌렸거나 소유하고 있다면 2ha만 추가로 지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신청 절차는 신청서 작성→농업 활동을 하고자 하는 농지 소재지 농어촌공사 지사에 신청→서면 평가→농지은행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각각 거쳐 최종 선정하게 된다. 농업이 아닌 다른 업을 통해서 연간 벌어들이는 돈이 3700만원이 넘으면 자격이 박탈되는 등 심사가 엄격하게 진행된다. 농업을 통해 주로 생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셈이다.
단 신청자는 지원농지가 위치해 있는 소재지에 살거나 맞닿아 있는 시·군·구에 거주해야 한다.
이때문에 귀농할 집을 먼저 얻고 농지은행을 통해 농사지을 땅을 찾는 것은 낭패가 될 수 있다. 농지에 인접해 살아야하는 조건을 갖추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자칫 귀농할 집 근처에 농지은행을 통해 지원받을 땅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차와 심사가 깐깐한 대신 지원조건은 매우 우수하다.
농지매매의 경우 논과 밭은 ㎡당 최고 1만587.5원(3.3㎡당 3만5000원)을 연리 1% 이자로 15년부터 최장 30년까지 빌려 자신의 농지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당 지원금액이 넘는 돈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인근 지역의 농지는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자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다면 당초 지원 조건이 5년까지 유효하다. 이때문에 5년이 지난 후엔 임차료가 오를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시장 조사 등을 거친 표준 임차료를 갖고 임차인과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 임차료는 연간 1회를 납부한다. 다만 5년이 지난후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의 대상 나이가 지나면 추가 지원이 안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농지은행은 이밖에도 ▲농지규모화사업 ▲과원규모화사업 ▲농지매입비축사업 ▲농지임대수탁사업 ▲농지매도수탁사업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등이 있다. 농지를 더 늘리고 싶다면 농지규모화사업을, 과수원 면적을 확장하고 싶다면 과원규모화사업에 각각 참여하면 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은 농업인이 전업농육성대상자로 선정돼 농사 규모를 최대 10ha까지 늘리는데는 농지규모화사업이나 과원규모화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면서 "매매의 경우 연리 1%로 최대 30년까지 지원을 받아 더 많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규모화를 돕기 위해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