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중소기업인들이 기업활동에 애로가 있다며 규제 등의 개선을 요구한 '손톱 밑 가시'의 절반 가량이 뽑히지 않고 그대로 남게 될 전망이다.
'손톱 밑 가시'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2012년 8월30일 당시 중소기업인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작지만 손톱 밑에 가시를 뽑아내듯 중소기업의 제도·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언급한 데서 나온 말이다.
불공정 거래, 불균형한 시장, 불합리한 제도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주변을 둘러싼 각종 규제의 대명사로 직전 MB 정부 때의 '전봇대'와 같은 개념이다.
17일 국무조정실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상반기 현재까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건의한 손톱 밑 가시는 약 109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48개 과제는 '수용곤란'이나 '부적절' 판단이 내려져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또 '중장기 검토'로 미뤄진 과제도 112개에 달해 사실상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됐다. 결과적으로 기업인 등이 건의한 손톱 밑 가시의 51%가 건의 자체로 끝났거나 처리가 뒤로 미뤄지게 된 셈이다.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있는 규제정보포털을 보더라도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5차례를 통해 확정한 과제 486건 가운데 완료가 된 것은 446건이다. 정부 내부적으론 현재 6차 과제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약 60건 정도가 포함될 전망이다.
손톱 밑 가시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전국에 있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들로부터 건의가 봇물처럼 터졌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전통시장상인연합회 등이 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3년 1~2월 세 차례에 걸쳐 접수한 손톱 밑 가시 과제만도 총 496건에 달했다. 당시 중기중앙회는 건의 내용을 여과없이 책자로 묶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인수위도 빠르게 화답했다. 중소기업계로부터 1차로 전달받은 299건 가운데 30.9%인 94건을 수용해 규제를 개선키로 한 것이다. ▲미용업 면허 및 자격에 '네일 미용업' 신설 ▲중소기업 인수 활성화를 위한 관계기업 제도 완화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요건 완화 ▲회생기업의 채무 감면시 연대보증 채무도 함께 감면 ▲전통시장 전용 화제보험 도입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또 299건 가운데 폐기물 발생이 거의 없는 업종에 대한 폐기물 부담금 완화, 중소기업들의 외국인 고용요건 완화 등 146건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연구용역 등을 통해 추진키로 했었다. 다만 공익과 상충되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건의 41건은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손톱 밑 가시는 인수위가 해체되고 현 정부가 본격 출범한 뒤부터는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을 통해 일반에게 진행사항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는 약 6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과제로 채택한 건의 내용을 묶어 검토중→부분완료→국회심의중→완료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건의했다가 '수용곤란', '부적절' 등의 꼬리표가 붙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공표하지 않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수렴해 국무조정실에 전달하고 있는 손톱 밑 가시 민원은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에만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했던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눈에 띄게 줄더니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들어온 건의는 채 10건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규제 개혁은 역대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규제 등으로 사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진정 뽑혀야 할 '큰 가시'가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규제 강도는 더 쎄다. 손톱 밑 가시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보면 뽑힐 가시만 뽑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