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건의한 '손톱 밑 가시' 가운데 절반 가량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개선 과제로 채택돼 조례,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기사회생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수용 곤란' 등의 판단이 내려져 결국 양지로 나오지 못했거나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빛을 보지 못한 건의 내용에는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공익에 위배되는 것도 있지만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도 적지 않아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원도 전세버스 운영 가능' 등 곳곳 가시들 뽑혀
17일 중소기업계와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그동안 일반 보습학원이나 체육시설 등은 유치원, 어린이집과 달리 통학을 할 때 전세버스 운행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학원 등은 인가를 받거나 등록(또는 신고)한 사람 이름으로 돼 있는 자동차만 통학차량으로 신고, 운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학원 입장에선 전세버스를 활용하는 게 통학차량을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 등에서 훨씬 저렴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형평성 문제도 따랐다. 학원들 입장에선 손톱 밑 가시였던 셈이다.
이에 정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고쳤다. 학원과 체육시설도 통근, 통학 목적으로 전세버스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대규모 점포 안에 있는 체육시설은 허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던 의약품 가격표시 방식도 올해부터 간결해졌다.
제약사들은 그동안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준 대로 의약품 가격을 의약품 용기나 포장 곳곳에 표시해야 했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수 많은 의약품에 스티커 형태로 판매가격을 표시하다보니 작업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고 토로했다. 또 면적이 좁을 경우 가격 스티커 때문에 상품 정보가 가려지는 단점도 있었다.
정부는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고쳤다. 가격 표시 방식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바꾼 것이다. 관련 제도는 지난해 12월 행정예고를 통해 올해 1월 중순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전체 병상수의 100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외국인 환자를 받도록 한 제한도 다소 완화됐다. 외국인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1인실 등에 대해선 병상 수에서 제외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40곳이 넘는 종합병원들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다소 숨통을 트이게 됐다.
회사가 성장해 중소기업에서 졸업한 지 3년이 지난 중견기업 등도 당초에 복무하고 있던 산업기능요원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게 됐다. 병무청이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규정'을 고쳐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기업에 복무하고 있는 산업기능요원의 복무기간이 만료할 때까지 지정업체 선정 취소를 미루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만 재발급이 가능했던 장애인복지카드 제도도 손톱 밑 가시였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해당 주소지를 찾아 카드를 다시 발급받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지침 역시 개정돼 2014년 9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전국에 있는 읍·면·동 사무소 어디서나 신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규모는 中企인데 전기 많이 쓴다고 '대기업 분류'
하지만 '수용 불가' 판정을 받은 손톱 밑 가시 가운데 건의자들 입장에선 절실한 내용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이 전기를 많이 쓴다는 이유로 대기업과 같은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하는 것도 해당 업계는 불만이었다. 산업용전력은 현재 300㎾를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나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열처리, 주조, 단조산업 등 열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에너지를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기업규모는 중소기업인데 전기를 많이 써 대기업군으로 분류돼 있다"면서 "게다가 업종 특성상 365일,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계절별, 시간대별로 전력사용량을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뿌리산업 중소기업에 대해서 만큼은 전력비 인상시 중소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의복인 한복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업종 지정 건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복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전통 문화 계승, 산업 진흥을 위해 한복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해선 안된다는게 업계의 바람이다. 부가세를 걷지 않는 만큼 한복 구입 가격이 싸져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뜻에서다.
현재 공동주택 어린이집, 도서관, 대중교통 등의 이용 요금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업을 하며 뼈져리게 느꼈던 손톱 밑 가시가 뽑히기만을 4년 가까운 동안 간절히 기대했던 건의자들 입장에선 결국 헛물만 켠 꼴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