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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작가의 영혼을 깨운 '고양이 아가씨'들-성유진

살다보면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종종 동물의 인상을 닮았다. 이를테면 강아지를 닮은 친구라던가...강아지 중에서도 '치와와'를 닮은 친구, '포메라이언'을 닮은 친구, 심지어 내 친구들 중에서는 '코카스페니엘'을 닮은 친구도 있다. 그녀는 10년 째 머리도 긴 단발에 갈색 웨이브다. (그녀의 머리스타일은 늘 코카스페니엘의 축 늘어진 귀 같다고 해야 할까...)

여기 기묘한 느낌의 고양이 초상화들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의인화된 고양이들이다. 큰 눈에 외로워 보이는 이 고양이들은 반대로 사람을 닮았다. 딱 새초롬한 소녀나 아가씨의 인상이다. 마치 대화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림1 猫(묘), 소녀행 (Myo(the cat), Movements of a girl) conte on daimaru 90.9×72.7cm 2013



겁에 질려 보이는 고양이 아가씨, 입술을 '앙' 다문게, 마음을 열기에는 시간 좀 꽤나 걸릴 것 같다.

그림2 높고 높은 천장 위에는 (top of high ceilings…) conte on daimaru 90.9×65.1cm 2013



제목을 연결해볼까? 높고 높은 천장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어디선가 내려오고 있지는 않을까? 기다리던 사람이 와야 할 텐데... 덩달아 고양이 아가씨 옆에 엉덩이 딱 붙이고 함께 앉고 싶다.

우연히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입을 헤... 벌리고 그녀의 홈페이지로 슬그머니 들어가 1시간 남짓 작품들을 감상했다. 생각해보니 몇 해 전 인터알리아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만났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녀의 그림들은 보는 내내 수없이 많은 감정의 변화를 선사한다.

그녀가 창조해낸 그림 속 주인공(나는 그녀들을 '고양이 아가씨'라고 부르고 싶다.)들을 보면서 킥킥거리며 웃다가, 울상이 되었다가, 아련했다가를 반복했다. 마치 아주 큰 거울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린 '고양이 아가씨'들의 표정들을 내가 따라 지으며 공감하고 있었다. 심지어 '힝' 과 같은 의문의 소리까지 내면서.

성유진 작가(1980~)가 이런 의인화된 고양이를 그리게 된 연유를 작가 개인의 이야기에서 찾게 되었다. 작가는 대학시절 우울증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애완동물을 키우면 심적으로 교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2006년부터 고양이인 '샴비'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찬이'라는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다. 그녀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일상과 내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누구나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수 있지만, 모두가 잘 키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강아지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나이인 아홉 살부터 격변의 사춘기, 사방팔방으로 나가 놀던 시기인 대학생 시절까지 새하얀 말티즈를 키웠는데 결국 그 녀석은 자신의 삶과 나의 삶이 맞물림 없이 따로 돌아가자 외로움을 느끼고 집을 나갔다. 그때 그 녀석에게 제대로 가족역할을 못해준 내가 한심스러워 나는 여름 한 철을 그 녀석의 사진을 넣은 전단지를 매일 출력해 가는 곳마다 붙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기견들을 만나 한동안 집이 유기견 보호소처럼 변신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반려동물은 책임감 없이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내 그 녀석이 내게 준 무한한 수긍과 사랑, 애정 표현은 오랜 시간 마음에 따뜻이 남아 잊히지가 않는다.

말은 하지 못하는 동물이어도 내가 울면, 같이 울어주고... 내가 뛸 듯이 기뻐하면, 녀석도 촐랑대며 좋아하던 그 거울 같은 모습들이 떠올라, 성유진 작가의 그림 속 고양이들에게 계속 끌렸다. (내가 키웠던 말티즈의 이름은 '꼬마'였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성격이 좀 다르다 해도 함께 오랜 시간 살붙이고 살면 그 반려동물이 누구든 간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공감의 마법들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림3 21세기 자연과 나 (21st century me and the nature)



그녀의 작품을 자세히 볼수록 고양이들의 털을 하나, 하나 세밀하게 그린 것이 너무 정교해 나도 모르게 눈이 커진다. 그녀는 원단의 하나인 '다이마루'에 콩테로 그린다. 사실 콩테는 다른 스틱 재료들에 비해 쉽게 잘 번지고, 뭉개져 세밀한 묘사가 쉬운 재료는 아니다.

그녀는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사람들이 그림을 만져 그림이 번지고 옆벽에 닦고 간 자국들을 보고, 콩테를 잘 고착시켜 마감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흔히 파스텔 작업 후 뿌리는 픽사티브도 사용해보고, 송진도 같은 방식도 시도해봤지 만 쉽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바니쉬의 농도 조절을 통해 마감하는 자사만의 방법을 착안했다. 그리고 창작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 캔버스 역시 콩테가 가장 잘 고착되고 습도에 강하고 신축성도 좋은 '다이마루'라는 원단을 활용했다.

그림4 save yourself conte on daimaru 72.7×90.9cm 2008



불교미술로 대학을 진학한 그녀는 많은 고민 끝에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화가로서의 미래가 무조건 밝은 것 만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개인전을 열자는 다짐 하나로 2006년 충무로 역사 내의 영상센터로 찾아갔다. 그렇게 지하철 안의 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했고, 작업 공간이 없어 옥상에 천막을 치고 그림을 그리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작업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지던스 입주 작가에 지원해 뽑혔고, 기회가 올 때마다 꾸준한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 중이다 .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의 영혼의 일부는 잠든 채로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의 말이 내게는 성유진 작가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그녀의 영혼은 그녀가 그린 고양이들로 인해 활짝 깨어난 듯하다.

그림 속 고양이 아가씨처럼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아침이다. 잠든 우리의 영혼을 일깨워 줄 존재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는 것은 어떨지...

그림5



□작품출처: http://www.sungyujin.co.kr/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 및 소장처에 있으니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모지스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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