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김승호 기자
발전회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다 파는 한국전력공사가 옴짝달싹도 못하게 됐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찬가지다.
유독 가정용 전기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있는 '누진제'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여론이 들고 일어났고, 행정부의 유일한(?) 견제 세력인 정치권도 압박하고 나섰다.
발단은 이렇다.
여름철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켜는 가정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런데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고위 공무원은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이상만 켜지 않으면 '전기료 폭탄'은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공무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국민들에게 이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의 누진요금 체계다. 가장 낮은 1단계와 가장 높은 6단계의 누진율은 11.7배 차다. 전기 사용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전기 요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셈이다.
한전이 지난해 8월 한 달간 가정에 전기를 팔고 청구한 요금은 9000억원으로 봄, 가을에 청구한 액수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 청구액은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 유일하게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의 여름 전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다보니 청구액도 비례해서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정부는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될 정도로 싼데다 누진제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제도 개편 목소리가 거세지자 정치권도 여야 없이 거들고 나섰다. 이쯤된 이상 정부나 한전이나 어쩔 수 없게 됐다. 여당은 현재의 누진 배율을 1.4배로 완화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빠르면 이번 주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인 한전은 올해 들어 6개월 간 2조5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냈다. 발전사에겐 싼 가격으로 전기를 사와 가정과 공장 등 소비자에겐 비싸게 판 결과다. 이쯤되면 한전과 이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답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