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화두다. 내가 청년일때처럼 (구직자들이)회사 골라서 가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한민국 일자리의 88% 가량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청의 수장이 된지 7개월째되는 주영섭 청장(사진)의 다부진 각오다. 실제 2014년 기준으로 전산업 종사자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 비중은 87.9%로 절대적이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터라 주 청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18일 취임한 주 청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이후 다시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중소·중견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땐(주 청장은 1956년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다) 고성장시대라 일자리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고령화와 정년 연장으로 은퇴시기가 늦어지면서 청년들은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의 직업은 희망과 연결되지만 (일자리 부족으로)자신감이 결여되고 있다. 대부분의 일자리를 (중소·중견기업이)창출하다보니 부처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주 청장은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이미 세계화가 돼 있는 대기업은 그렇다치더라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몸집을 키워야 고용을 대규모로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 청장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비즈니스, 마케팅, 브랜드 등에서 세계화를 꾀한다면 파이가 커지고 수출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용 확대를 위한)또다른 축은 창업인데 모든 국민이 한 번쯤은 언젠가 창업을 하는 만큼 기업가정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 경제를)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여전한 임금격차에 대해선 구체적 수치를 내밀며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청장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봐도 (우리)대기업들의 임금은 지나치게 높다. 특히 높은 임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대기업들은 금여(상승)에 대한 자제가 필요하다"면서 "중소기업들도 스톡옵션, 이익공유제 등을 통해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연구개발(R&D), 마케팅, 금융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이들 기업에 대한 포상, 인증제도, 홍보 등을 통해 선례를 확산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대기업 평균 임금은 515만원이지만 중소기업은 61.6% 수준인 317만원이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들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왜 적냐. 다 알다시피 갑을 문화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일부에서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중기청의 '중소기업부' 격상에 대해선 "청장이 아니라 장관이면 더 좋지 않겠느냐(웃음)"면서 "하지만 청장이라고 하지 못할 일은 없더라"며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쉬운 것은 조직"이라며 "대기업 정책이야 환율, 금리 등 거시적으로 풀면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정책이 구체적이고 미시적이어야 한다. 그만큼 조직이 커야 (미시적 정책이)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간인으론 처음으로 중기청장이 된 그는 취임 후 7개월 새 몸무게가 6㎏이나 불었고, 허리도 1인치(2.54cm)가 늘었다. 간담회나 미팅, 모임이 많다보니 저녁을 두 번이나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밥을 남기지 않는 그의 성격도 한 몫 했다. 자신도 기업인 출신으로 기업들을 돕겠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살이 빠지기보단 찔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주 청장은 이번 주말에는 몇몇 중소기업인들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이란을 방문한다. 다녀와선 페루 등 중남미 출장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그는 "기업들의 판로 개척과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간 협력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면서 "국내에선 교육부 등 부처와 함께 창업 활성화를 위한 해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