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신한카드 'FAN페이봇'은 6개월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별 최적 비용항목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비용관리항목을 변경하고 고객이 원하는 비용관리항목을 추가한다. 이후 예산대비 지출 현황과 비용관리항목별 상세지출내역이 제시된다./신한카드
(왼쪽)신한카드 'FAN페이봇'은 '지름신'이 오는 날짜를 사전에 안내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지원한다. (오른쪽)또 월 소비 종합 진단을 통해 개선 영역을 체크한다./신한카드
#. 새내기 직장인 김개인(26·여)씨의 월급날은 25일이다. 김 씨는 "매달 15일만 되면 통장의 잔고가 '0'이 된다"며 "급여일 전 10일 정도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다음달 월급을 미리 갖다 쓴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월급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통장에 잔고가 쌓이면 '지름신'이 찾아와 어느 순간 옷가게나 레스토랑에서 카드를 긁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고 한숨 쉬었다.
김 씨 처럼 '지름신'을 이기지 못하는 직장 초년생들에겐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길러줄 '비서'가 필요하다. 학생 때는 엄마가 '비서' 역할을 대신해 주었지만 성인이 된 이들에게 언제까지 엄마가 옆에서 하나하나 알려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에 카드업계가 개인의 소비습관을 관리해 줄 인공지능(AI) 로봇의 상용화에 나섰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로 신용카드가 주인에게 개인비서 역할을 해줄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월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9월 1일부터 신한카드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인화된 소비를 분석해 스마트한 소비생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비서 서비스 'FAN페이봇'을 시행한다. 인공지능 스스로 소비 패턴 분석을 정교화하는 학습 과정을 거쳐 연내에 전체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 카드소비도 인공지능 비서가 해결
신한카드의 'FAN페이봇'은 고객이 관리를 필요로 하는 비용항목에 대해 보다 쉽게 제시해 준다. 기존의 소비관리 서비스들은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단순 업종별로 소비 내역이 분류됐지만, 'FAN페이봇'은 사용자가 관리하고 싶어하는 비용항목을 직접 입력해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새내기 직장인이 '데이트' 비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싶다고 했을 때, '데이트'라는 단어만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영화관·레스토랑·놀이공원 등을 '데이트'라는 카테고리로 자동 분류해 고객 입장에서 보다 쉽고 정확하게 소비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FAN페이봇'은 또 개개인 단위로까지 소비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고객에게 적합한 소비관리 어드바이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소비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름신'이 오는 날짜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사전에 알림메시지를 제공하여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비용항목별로 예산을 설정하면 카드사용내역을 체크해 예산 대비 지출 정도를 매일매일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비용항목별로 상세지출내역을 살펴 볼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소비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은 국내 카드업계 최초"라며 "'FAN페이봇'을 통해 소비 전반에 대한 종합진단뿐 아니라 신한카드가 보유한 빅데이터가 결합된 다양한 관점의 소비 분석 리포트로 고객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활용, 고객요구 '맞춤형' 혜택 강화
신한카드를 필두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도 속속들이 인공지능 '비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8월 19일 금융 분야 인공지능 서비스 발굴을 위해 하나금융그룹의 IT서비스 전문 기업인 하나아이앤에스 등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식 산업 환경에서 전문가 수준의 질의응답을 통해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뛰어넘어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한 텍스트 기반 채팅형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와 콜센터 상담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등을 시작으로 향후 전문적인 인공지능 상담이나 자산관리의 영역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하나카드를 비롯 향후 검증된 서비스를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에 확대·적용할 계획"이라며 "고객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담, 자산관리 등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4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지시로 카드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관련 부서인 알고리즘 디자인랩을 신설했다. 알고리즘 디자인랩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한 조직으로, 고객의 구매성향을 빅데이터 추출 패턴 이상의 인공지능을 활용, 알고리즘으로 풀어내 디지털 서비스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 구체적으로 내놓는 방법을 모색한다.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무조건적으로 수집해 양적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분석을 통해 활용성을 극대화하여 고객의 필요성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알고리즘 디자인랩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업과 서비스 문제를 고안 중"이라며 "먼저 사람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 구축과 시스템 안정화를 목표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욱 효과적인 소비 분석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