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정부가 최대 2900억원을 지원한다. 추경을 통해 확보한 8000억원에 대해서도 특례보증을 제공한다.
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9월 금융개혁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원과 함께 한진해운 협력업체에 대한 맞춤형 금융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 협력업체는 모두 457곳이며, 채무액 규모는 640억원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설명했다.
우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한진해운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제공한다. 산은이 1900억원, 기은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내놓는다.
또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특례보증도 제공된다. 보증비율은 기존 85%에서 90%로 확대되며 보증료율은 0.2%포인트 인하된다.
임 위원장은 "금감원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와 정책금융기관 특별대응반, 그리고 지역의 현장반을 통해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즉시 기관별로 신속히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임 위원장은 적자가 나는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크다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자본시장을 통해 미래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성장성이 있고, 어느 정도 사업기반을 갖춘 기업이라면 적자상태라도 상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상장기업 도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매출과 이익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상장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자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는 매출이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화 단계다. 때문에 현재 상장제도는 공모자금의 효율적인 활용 기회를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 위원장은 "미국 시장만 보더라도 신규상장기업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이 -10.6%에 달하는 등 적자기업의 상장이 일반적"이라며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도 적자상태에서 나스닥에 상장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성장성 높은 기업 상장을 위해 기존의 공모제도 외에 별도 상장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일명 '테슬라 요건'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가치(공모가)를 산정하는데 있어서 상장주관사에게 맡겨 공모가 산정 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신뢰 유지를 위해서는 상장사가 일정 기간 시장조성 의무를 부담하도록 책임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상장제도 개편은 단순히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동태적인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라며 "적자기업 상장 시 우려될 수 있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가 저하 문제는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 상장주관사 책임성 강화, 충실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