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서 돈 줄이 막힌 기업들이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사모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대출금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CB발행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모양새다.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CB는 채권 이자와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기관들의 좋은 먹이감이다.
◆ 상장사 '울며겨자먹기'식 CB발행?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현재 대기업들이 몰려있는 코스피 상장사의 CB발행금액은 1조456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678억원 대비 211% 증가한 것이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부진이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신용등급도 타격을 받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다"면서 "상대적으로 발행이 용이한 전환사채 시장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발행기업 상당수는 이미 신용하락으로 은행대출이 어려워 CB와 유상증자를 병행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1547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발전 계열사·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2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대륜E&S·대륜발전·별내에너지 등 발전 계열 3사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10월 말까지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디앤디는 800억원 규모의 국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사조그룹에 매각된 동아원도 올해 두 차례에 걸쳐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이었다. 덕분에 3개월만에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를 졸업하고 사조동아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아이에스동서 전환사채(CB) 공모청약에는 약 5조 7000억원이 몰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발행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76건에 불과했던 전환사채 발행건수는 2013년 83건, 2014년 227건, 2015년 345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335건(8월 기준)에 달했다.
◆ 회사채 조달 막힌 '풍선효과'
공모도 드물다. 올해 발행된 CB 가운데 1조3875억원이 사모로 발행됐다.
기업들이 사모사채시장에 눈을 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급한 불을 끌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업황이 부진한 건설, 철강, 정유 기업들은 사모채권 발행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공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할 경우 오히려 평판 위험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 발행 실패에 대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사모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사모사채 발행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모시장의 약극화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나은편이다.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사채 시장에서도 찬밥신세다.
중소기업 한 재무담당최고책임자(CIO)는 "차환발행이 쉽지않아 기업어음(CP) 등 대체조달 수단을 모색했지만 이마져도 여의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급전이라도 빌려써야 할 형편이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이슈도 자리잡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대에 머무는 등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고금리 상품을 원하는 수요가 급증했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증권사들이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놨는데 이 때 설정되는 기초 자산으로 사모사채가 쓰인다.
아울러 보험 등 기관 수요도 사모사채 발행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저금리 현상 장기화 때문에 자산운용 수익률보다 보험금 지급률이 높은 역마진 현상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은 우량기업에 먼저 찾아가 장기 사모사채 발행을 요청하고 있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이 계속 어려우면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위:억원)
회사명 권면총액 회사명 권면총액
GS건설 2500 웅진에너지 677.5
GS건설 1736.34 유니켐 410
JW홀딩스 190 이엔쓰리 9.99
JW홀딩스 60 인스코비 6.6
KGP 10 인스코비 15.2
SK디앤디 800 인스코비 1.23
고려포리머 50 인스코비 5
국동 200 제이준 80
금양 100 제이준 50
대유에이텍 250 제이준 15
동성제약 100 제이준 5
동원 90 제이준 60
동원수산 50 주연테크 60
디아이씨 50 진원생명과학 250
범양건영 100 청호컴넷 60
부산주공 70 청호컴넷 60
사조동아원 600 키스톤글로벌 270
사조동아원 400 키스톤글로벌 200
슈넬생명과학 230 태평양물산 200
슈넬생명과학 120 티웨이홀딩스 50
슈넬생명과학 110 필룩스 50
아이에스동서 2000 필룩스 100
아이카이스트랩 30 한라 79
아티스 10 한라 40
오리엔트바이오 100 한진중공업 700
우리들제약 100 한진중공업 846.99
우리들휴브레인 80 한진해운 100
자료= KIND, 와이즈에프앤, 현대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