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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조 국민연금, 믿고 맡기겠나…기금운용본부 엉터리 투자 드러나

내년 2월 전라북도 전주시에 들어서게 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및 기숙사 전경(이미지). 지상 8층, 지하 1층으로 건립된다./CNI엔지니어링



올 6월 말 기준 535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규정 위반이나 엉터리 투자로 근래 무더기로 경고 또는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500조원이 넘는 국민재산을 이들에게 믿고 맡겨도 될 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준법지원실의 기금운용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내부 규정을 어기거나 해외투자를 하면서 주지 않아도 될 운용보수를 지급할 수 있게 계약을 맺는 등 편법 행위를 한 직원들이 대거 적발됐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감사 결과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분야, 부동산 등 대체투자분야, 운영전략과 내부통제 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 허점이 나왔다"며 "주식 초과보유 금지규정을 어기고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투자 운용보수를 멋대로 지급하거나 수익률이 저조한 위탁운용사에 대해 경고나 자금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거래한 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 투자규정 위반, 과거부터 이어진 구태

공단은 이번 감사를 통해 "주식운용실 일부 운용역의 경우 국내 주식위탁 예비운용사를 전체 정규 운용사의 일정 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 예비운용사를 초과 선정하기도 했다"며 "해외 대체실 일부 운용역의 경우 해외 사모펀드 위탁운용사와 추가 약정을 맺는 과정에서 운용보수 면제 조건을 투자위원회의 승인 조건과 다르게 체결, 운용보수가 추가 지급되도록 하는 등 일을 부실하게 처리했다"고 전했다.

위탁 투자지침을 위반한 위탁운용사에 대한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고 등 조치를 누락하거나 추가 제한 조치를 통보하지 않는 등 사후조치를 허술히 했다. 본부 투자지침에 따르면 수익률이 저조해 전액 회수 대상이 된 펀드에 대해선 위탁자금 전액을 회수해야 하지만 이들은 반복적으로 회수 조치를 하지 않거나 일관된 기준 없이 감액해 회수했다.

국내주식을 직접 투자하거나 위탁 운용하면서 초과보유 제한규정을 어기고 특정 주식을 초과해서 보유하기도 했다. 채권위탁운용사가 국내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과 관리 기준에 따른 위탁투자지침을 어길 경우 경고나 추가자금 배정 제한 등의 단계별 조치를 따라야 하지만 단계 조치를 누락한 채 추가자금을 배정하고 뒤늦게 자금배정 제한 조치를 취했다.

국내외 금융투자 분야의 한 전문가는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 직원들이 감사 결과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며 "과거부터 지적이 잇따름에도 불구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프)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 연금 비교·기금 적립금





◆ "전문성·도덕성 무너질땐 기금 공사화 불가피"

공단은 이 외에도 일부가 준법감시인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채 외부 상용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정보보안 업무 전반에 걸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운용전략실 직원은 국내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면서 기업 주주총회에 올라가지 않은 일부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한 것으로 허위 공시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본부 직원들이 기금운용에 대한 심각한 규정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며 "일부 행위에선 '모렐헤저드'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999년 국민연금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고자 설립됐다. 올 6월 말 기준 현재 적립금은 535조원에 달한다.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등에 걸쳐 다양한 투자를 실시,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운용하는 역할을 한다.

막중한 임무 만큼 이들에 대한 대우도 남다르다. 지난 19대 국회 새누리당 이노근 전 의원이 발표한 최근 4년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연봉 현황에 따르면 본부장의 평균 연봉은 약 2억7127만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연봉(2억504만원)과 장관급 연봉(1억1689만원)을 훌쩍 넘는다. 주무부처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연봉(1억4720만원)보다도 높다.

직원들 역시 높은 연봉을 자랑, '숨겨진 신의 직장'이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전 의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기금운용본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7440만원이다.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직원도 지난해 27명에 달했다. 국민연금공단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인 5735만원보다 훨씬 많다.

전문가는 "기금 운용 전문가들의 투명성과 전문성 결여가 번번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며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전문성은 수익률로 직결되는 만큼, 국민연금을 노후의 최후 보루로 삼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운용책임자의 도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부 감사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이 나섰다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점이 불거졌을 수 있다"며 "최근 5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에 2400억원이나 투자하는 식의 아마추어 투자로 이들의 역량과 도덕성에 다시금 도전을 받는다면 기금 공사화 등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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