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3.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해외주식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목표 수익률은 5%. 이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 연금을 책임질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060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개혁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기금운용 잠정수익률은 3.2%로 전년 동기 4.6% 대비 1.4%포인트나 하락했다. 국내주식 수익률은 1.4%로 지난해 1.3%와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해외주식 수익률은 -0.8%로 전년 동기 5.4%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해외주식의 경우 대체투자 또한 1.6%에 그쳐 전년 동기 12.2%와 비교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주식의 경우 국민연금이 대형주와 인덱스 위주의 투자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선방했으나, 해외주식은 브렉시트와 미 금리 인상 이슈 등으로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 운용 수익률 하락…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포트폴리오는 상반기 말 기준 현재 총 72조9000억원으로, 전체 535조4000억원 중 약 13.6%를 차지한다. 이 중 직접운용 비중은 30.5%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 수익률 감소는 기금 운용에 큰 타격을 가져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상반기 대체투자가 배당금 정도만 수익으로 잡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게 나왔을뿐 연말에는 평가이익까지 포함해 수익률이 발표되는 만큼 올라갈 여지가 있다"며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안정적인 기금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상반기 기금운용 수익률 관련 분석과 달리, 전문가들은 기금의 수익률 저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과 경직된 투자 문화, 일명 '복지부 들러리'로 불리우는 정부의 입김에 따른 국민연금의 한정적 재량권 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력확보가 자산운용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우수한 인력의 이탈을 막기 어려운 구조라면 성과가 계속해서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은 구체적 규정에 의해 자산운용이 이뤄지고 있어 재량권이 굉장히 좁다"며 "다분히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사실상 과감한 투자 진행이 원척적으로 차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 정부 입김 커…독립성 보장해야"
해외 연기금의 경우 성과가 좋은 펀드매니저에게 고액의 성과보수를 주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매니저들이 연기금에 유입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과급 지급이 제한적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력 이탈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은 복지부 산하에 있어 정부의 의사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며 "때문에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해야만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야당 위원들이 공동 주최한 '다가오는 초고령사회, 공적연금 해법을 찾다' 토론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참석자들은 53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보건복지부의 들러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 운용과 가입자단체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금운용성과 공개 폭을 넓히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금운용위원회 운영이 주요 결정사항인 전략적 자산 배분도 사실상 복지부의 관련 부서가 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국민연금 기금운용,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전창환 교수는 "우리나라 기금운용체게에서 가장 큰 결함은 국민연금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에 대한 명실상부한 권한과 책임을 지는 주체가 불분명하고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미혁 더민주당 의원은 "정부 뿐만 아니라 거대자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사용자·가입자 대표가 균형있게 참여하는 체계 속에 가입자를 기금운용의 실질적 주체로 확고히 세워 독립적 활동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