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5차 핵실험이 이슈가 되고 있다. 기타의 다른 국정 현안과 다르게 북한의 핵문제는 당장에 한반도의 존립자체를 뒤 흔들만한 위급한 상황임엔 분명하다. 단지 국내 정치로 풀어야 할 사안이 아니기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강대국들과 세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야에서도 이런저런 입장을 표명하고는 있지만, 국민에게 안정감을 제공할 만한 내용들은 아니다. 그저 남의 나라 얘기하듯이 아니면 말고 식의 내용처럼 들리는 게 상당수다.
한반도는 완충국(Buffer State)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전쟁이나 경쟁에서 완충국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러일전쟁, 청일전쟁, 임진왜란 등 이 모든 고난들이 완충국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비애였다.
한반도를 무대로 한 모든 역사적 전쟁들처럼 과거 냉전체제 이후에는 미국의 대 동아시아 정책과 지리적·경제적으로 밀착해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볼 때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이다.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분단국가에 휴전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작지만 국가존립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동아시아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미 한미동맹을 오랜 세월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역시 미국에게는 중국을 겨냥한 동아시아 진출에 주요한 발판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현재 중국과의 교역량에서 수·출입 1,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과의 경제적 밀접도가 상당하다. 반면에 분단 이전부터 분단 이후 현재까지 미국과는 지속적으로 군사적 동맹관계에 있다 보니 두 강대국의 패권다툼에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이번 5차 핵실험까지 국가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연일 계속되는 보도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핵실험문제에 대해 정부와 여야의 입장은 너무 이상적인 입장만 취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무조건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만을 고집하고, 여야의 정치인들은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각 정당의 이념과 현실적 대응방향이 아닌 각자의 추상적인 견해만을 언급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국가 지도층의 태도에 더욱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사드(THAAD) 배치를 종용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에 명분이 됐던 것이고, 이면적으로는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과 동아시아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한반도 역시 북한의 도발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군사적 지원을 어디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밀착된 듯하지만, 북한의 대남 도발까지 책임질 수 있겠는가.
반면에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제정치의 패권경쟁에서 볼 때 미국의 한반도라는 완충국을 이용한 동아시아 진출과 간섭이 불쾌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적 성장도를 기반으로 세계경제와 국제정치상의 입지를 독보적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원리이다.
북한이 정말 핵을 앞세워 자신들도 자멸할 전쟁을 현실화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 인질극을 벌이는 범죄자가 정말 자신도 죽고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자신의 다급함과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고 싶기 위함이다. 이것을 확대해서 보면 북한의 핵실험 문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 요즘 개인의 관심병과 진퇴양난의 문제를 확대해서 보면 북한의 대외적 행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
다만 이런 사실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다. 민생과 국민들의 기본적 화합도 책임 못지면서 불필요한 정쟁만 일삼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슨 외교·안보와 관련된 전쟁이나 북의 핵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정치집단과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정치현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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