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지난달 27일 미 대선 첫 TV토론회가 있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판세가 초접전인 가운데 진행된 첫 TV토론회, 비호감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도 국제적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번 미 대선 TV토론회는 달착륙 이후 최대의 TV이벤트라고 한다. 미 대선 역사에서 TV토론회는 1960년 케네디와 닉슨의 토론회가 최초였다. 당시는 물론 흑백TV였다. 닉슨은 유력한 대선 주자였고 반면에 케네디는 인지도도 높지 않은 젊은 후보였다.
결과는 케네디의 승리였다. 그는 흑백 TV에 유리하기 위해 일부러 얼굴을 그을리고 진한 양복에 진취적인 언변과 더불어 잘생긴 외모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미디어 즉 TV의 영향력이다. TV토론회의 경우 승자는 없지만, 패자는 있을 수 있다. TV토론회는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 미 대선 TV토론회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와 준비된 후보의 대결이었다. 역시나 논리정연하고 국정경험까지 풍부한 포용적인 힐러리, 평범치 않은 캐릭터의 부동산 재벌에 동문서답, 기승전 보호무역(배척)으로 시종일관하는 트럼프.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누가 더 달가운 존재일까. 지난 첫 토론회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힐러리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북한을 국제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반면에 트럼프는 한미동맹은 물론 어느 국가와의 동맹에도 방위비 부담을 주겠다는 것과 북한의 고립을 주장했으며, 심지어 북한문제는 미국과는 무관하고 중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핵문제에 대해서도 힐러리는 국제적 공조를 강조한 반면 트럼프는 각국의 필요에 따라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이 세계경찰의 노릇을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업 CEO출신답게 오로지 자신과 자국의 실리만을 따지며 세계패권을 쥔 미국을 이끌고 간다는 것은 이기주의를 넘어 극단적이고 위험천만한 발상 아닌가.
지난 토론에서 힐러리는 이런 말을 했다.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제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트럼프 당신은 나를 비난하러 이 자리에 왔지만,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이 말이 모든 상황을 대변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필자의 견해로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호감 후보간 대접전인 양상에서 이번 미 대선은 한 마디로 최상의 후보를 선출하는 게 아니라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인 셈이다.
가령 초등학생 반장 선거를 하더라도 좀 더 나은 친구를 뽑기 마련인데,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강대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이번 미 대선을 수학공식으로 비유하자면 힐러리는 상수고, 트럼프가 변수인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동에 따라 선거결과가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두 차례나 남아있는 TV토론에서 트럼프의 파격적인 반격이 없다면 힐러리의 승리가 예상된다. 또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힐러리가 당선되어야만 한다.
남의 나라 선거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이 달려있는 미국 대선.
관심있게 지켜 볼 필요는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 소장(동시통역사, 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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