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ICT 규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ICT 규제 완화로 점수가 1점 오르면 국가경쟁력(IMD 분석) 순위는 두 계단 상승하는 만큼 관련 규제를 보다 적극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일 펴낸 보고서 '국내 ICT 경쟁력 국제비교 및 시사점-ICT 규제수준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CT 접근성, 이용도, 활용능력은 세계 1위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ICT 발전지수가 8.93점으로 세계 1위라는 것만 봐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인구대비 유무선 전화 가입자수, 유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수, 인터넷접속 가구비율 등 주로 하드웨어, 인프라 부문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ICT 발전도와 경쟁력을 평가한 세계경제포럼(WEF)의 네트워크준비지수를 비교한 결과 2015년 우리나라는 5.6점으로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부문별로 인프라 5위·정부활용도 4위, 사회적 영향력 4위로 높은 수준인데 반해 정치·규제환경은 34위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치·규제환경의 하위지표 중 ICT 관련 규제 부문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해 5.1점을 기록해 7년 전인 2008년 6.0점 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또 사법부의 독립성은 3.8점으로 주요 ICT 경쟁국인 미국(5.2점), 일본(6.2점), 독일(5.8점)보다 낮았고, OECD 국가 평균 5.2점에 미치지 못했다. 지적재산권 부문도 4.2점을 기록해 고소득국가 평균치 4.9점보다 낮았다.
ICT 관련 규제 환경이 개선되면 관련 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국가경쟁력도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ICT 관련 규제개선으로 규제평가점수가 1점 오르면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평가 점수가 약 4.5%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우리나라의 IMD 국가경쟁력 평가점수는 74.195점으로 29위인데, 규제 점수가 1점 개선되면 평가점수는 77.534(4.5%↑)점까지 상승해 순위가 2단계 오를 것(27위)이란 분석이다.
한경연 김영신 연구위원은 "ICT 규제가 완화되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현재 우리나라 ICT의 활용과 융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위치정보보호법, 외국기업의 전자지급결제업자 등록 불허, 인터넷 삼진아웃제와 특수 OSP(Onlince Service Provider) 필터링 의무 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며 "국제적 규제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ICT 규제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