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3번째 위헌 법률심판을 앞두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결정했으며, 2011년 8월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입영 및 집총거부자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총 3735명이며, 최근 5년간 병역 거부로 재판을 받은 2500여명 중 대부분인 2491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인권 단체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작년 4월 말 기준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사람은 약 540명이다.
12일에도 전주지법 형사3단독 정인재 부장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된 이모씨(23)의 재판에서 "국방의무에 의해 담보되는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 존립과 국민 개개인이 누리는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을 이르는 것인 만큼 양심·종교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항상 우선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하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어 정 판사는 "남북 사이에 완전한 평화 공존체제가 정착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기초적 군사훈련까지 면제하는 전면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양심적ㆍ종교적 병역거부 행위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위헌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분단국가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미흡해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또한 대체복무제도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병력 자원이 줄어든다는 등을 이유로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1년 새 9차례의 재판에서는 '대체복무제란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형법적 처벌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손을 들어주는 등 사법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와 함께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대체복무제 등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사법처벌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11일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형걸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사이에서 갈등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대안 모색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징병제가 실시된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중대한 헌법적 갈등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날 헌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문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오갔다.
2번의 헌법 재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만큼 새로운 헌재의 판결까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