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오는 8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더 많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회나 재협상과 같은 극단적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계관세란 우리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수출한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보조금에 해당되는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수출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수입국이 관세로 받아치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당선시 미국의 통상정책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해 대미 수출을 포함해 한국의 주력산업 수출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제 공약은 민주당의 현 정책을 따르고 있어 미국이 지금의 성장세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의 대미 수출 움직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6일 발간한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힐러리와 트럼프 후보 모두 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현재의 자유무역주의가 후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부터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나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국무장관 시절 자유무역 기조를 강조해 온 힐러리 역시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는 조건부 자유무역주의로 선회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두 후보의 경제정책은 더욱 큰 차이가 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는 감세와 정부지출을 통해 강력한 경기부양을 추진하면서도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축소도 불가하겠다는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경제성장 시나리오는 단기적 경기부양엔 어느 정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성장세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해 실행 첫 해인 2017년에는 경기 상승을 이끌겠지만 이후에는 성장률이 현재의 추세선에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힐러리의 공약에 대해선 "조기교육과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해외 고급인력 유치와 여성인력의 활용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등 지금의 성장세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원측은 트럼프 후보가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당선 가능성이 낮아 현 오바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전혀 다른 경제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제시한 공약이 미국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미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 윤우진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내에선 공정무역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이때문에 미국은 국내산업과 시장을 보호하고, 우리에겐 추가 시장 개발 요구가 커질 것"이라면서 "당장 한·미 FTA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TPP협상 재검토와 연계한 서비스산업 조기 개방 등의 요구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