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기반 위치 추적 단말기 '지퍼(Gper)'. / SK텔레콤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사물인터넷(IoT)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며 합종연횡하고 있다. 제휴를 통한 서비스의 상용화와 투자 확대를 통한 차별화 경쟁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경쟁 과정으로 거대 IoT 시장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IoT 시장은 2020년이면 13조∼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T, 로라 첫 서비스 '지퍼' 출시…2000대 소진하며 인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스타트업인 스파코사와 협력해 지난 6월 구축한 로라(LoRa) 전국망을 활용한 서비스를 내놨다. 로라 기반 위치 추적 단말기 '지퍼(Gper)'다.
지퍼 단말기는 가로와 세로 각 5㎝, 두께 1.6㎝, 무게 48g의 사각형 디자인으로, 스마트폰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패미'를 설치해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어린이나 치매 노인을 위한 안전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으며 위급한 상황에 처할 경우 SOS 버튼을 눌러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지퍼 단말은 1차 생산 물량인 2000대를 거의 소진했고, 2차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 상용화는 SK텔레콤이 통신 3사 중 가장 빠른 시기에 전용망을 구축하고, 스타트업과 협력해 IoT 서비스를 내놨다는데 의미가 있다. 회사는 파트너사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로라 모듈 무료 제공뿐 아니라 오픈 테스트베드에서 사전 테스트 진행, IoT 플랫폼인 씽플러그 연동 등 지퍼 개발 과정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oT 전용망을 기반을 한 저렴하고 간편한 생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연내 30여개의 로라 기반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이프 워치 등 트래킹 서비스, 휴대용 무선 가스 감지기와 같이 전력 소모가 적은 로라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하겠다는 것. 이번에 출시한 지퍼 역시 90분 충전으로 약 5일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소모가 적다.
SK텔레콤은 올 상반기에는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희산업, 정우건설, 동문건설 등과 손잡고 스마트홈 서비스 공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KT-LG U+ 손잡고 NB-IoT로 맞대응
반면,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3일 IoT 통신망 중 하나인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사업 공동 추진을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로라 전국망 구축을 끝낸 SK텔레콤에 대항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합군을 구축한 셈이다. 양사는 내년 1분기에 NB-IoT 상용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또 국내외 주요 IoT 제조사들과 협력을 확대해 칩셋, 모듈, eSim, 단말 등 IoT 핵심부품 공동소싱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동소싱을 통한 물량확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에 조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IoT 분야에서는 기업 전용 NB-IoT망 구축을 통해 화물추적 등 물류관리, 유해가스 감시 등 환경 관리, 주요설비 모니터링 등 생산 효율화로 고객사의 요구에 최적화된 사물 인터넷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자 제휴로 '규모의 경제' 실현해야
이동통신 3사의 궁극적인 과제는 글로벌 진출이다. IoT 서비스를 통해 내수 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달 로라 국제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며 글로벌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로라 얼라이언스'에는 컴캐스트, 소프트뱅크, 오렌지, 스위스콤 등 네트워크 사업자 외에도 시스코, IBM, HP 등 세계적 시스템·장비 업체 등 4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KT도 동북아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와 정기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포럼 의장사로서 산 학 연 관 협력을 통한 IoT 관련 기술, 서비스 보급과 표준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IoT는 기존 이통망처럼 음성, 영상, 데이터처럼 획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MI, 날씨 모니터링, 위치추적기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 사업 범위가 넓다"며 "여러 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IoT 생태계를 넓혀가면 향후 해외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