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이동통신사에서 독점으로 제공하는 '전용폰'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변수가 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대신 저렴하면서도 사양이 좋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통사들도 자사 전용폰의 판매가 많을수록 고객유치에 도움이 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루나' 후광 내세우는 SK텔레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용폰 출시 경쟁은 올 하반기 이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본격화됐다.
특히 SK텔레콤의 전용폰 공세가 거세다. 올해 SK텔레콤은 '쏠(SOL)'을 시작으로 '갤럭시 와이드', 'LG X5', '갤럭시A8', '루나S' 등 총 5종의 전용폰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루나S'는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넘어선 '루나폰'의 후속 모델이다. 루나폰은 지난해 '설현폰' 입소문을 타며 성공한 전용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출고가는 57만8700원이다. 10만원대 요금제인 'T 시그니처 마스터'에 가입할 경우 공시지원금 33만원을 받을 수 있다. 추가 지원금 15%까지 포함하면 실제 구매가는 10만원대로 떨어진다.
루나S는 국내 최초로 1300만 화소 오토포커스(AF) 전면 카메라를 탑재해 셀피(Selfie) 기능을 강화했으며, 보통 80만원대 이상 제품에만 탑재되는 5.7인치 쿼드HD(QHD)화면과 4기가바이트(GB) 램 등을 내장했다. 현재 클래식골드, 내추럴실버, 로즈핑크 등의 색상이 있으며, 이달 중 프로즌블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14일에는 2차 SW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루나S 예약가입 고객 중 20~30대 젊은 고객이 전체 예약자의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색상 다양화와 프리미엄급 기능으로 젊은층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이 나온다.
'비와이(Be Y)'폰 단말 이미지. / KT
◆'요금제+단말'로 특정 세대 노리는 KT
KT는 각 연령대에 맞는 전용폰을 내놓는 전략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랩퍼 비와이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비와이폰'은 10~20대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다. 출고가 31만원의 비와이폰은 보조금을 받으면 거의 공짜에 구입할 수 있다.
고가폰에 들어가는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등 프리미엄급의 사양인 스마트폰을 중저가 가격에 내놓아 가성비가 좋다는 평을 받는다.
KT 관계자는 "비와이폰은 단순한 단말이 아니라 'Y24(만 24세 전용요금제)', 'Y틴(청소년 전용요금제)' 요금제와 함께 'Y시리즈'의 연장선 상에서 젊은 층을 공략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화웨이라고 하는 비주류 제조사가 하나의 시장으로 편입돼 고객 선택폭을 넓힌 데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와이폰이 2030 세대를 겨냥했다면 지난 1일 내놓은 'LG 와인 3G'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했다.
FM라디오 전용 버튼을 탑재해 손쉽게 라디오 청취가 가능하며, 3인치 대화면을 적용해 시인성을 높였다. 메뉴 읽어주기, 큰 글자 표기, 색맹·색약 사용자를 위한 색반전, 특정 주파수를 증폭하는 시니어 모드 등 중장년층 맞춤 기능도 탑재했다.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하지 않고 음성통화를 주로 하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출고가는 14만3000원이다.
◆LG U+도 전용폰으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20만원대의 화웨이 'H폰'을 단독으로 출시한데 이어 LG전자와 협업해 유플러스를 상징하는 알파벳을 내세운 'U'폰도 선보였다.
출고가 39만6000원인 U는 블랙, 화이트, 핑크 3종으로 출시됐으며 HD고화질 화면에 대용량 32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했다.
U는 '데이터 스페셜 A' 요금제 가입 시 13만6000원의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다, 추가 지원금(15%)까지 더하면 약 15만원이 지원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대형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려는 이동통신사들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전용폰 출시가 활발해질 경우 제조사가 다양화 돼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며 "이통사는 전용폰을 통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긍적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