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대·스크린·브라운관 장악
내용에 공감하시는 분 많을 것
'믿고 보는 흥행배우'가 목표
"배우의 기분은 영화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번 작품이 굉장히 밝고 유쾌하기 때문에 저 또한 영화 홍보를 하면서도 영화가 밝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가봐요.(웃음) 요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이 좋아요. 제가 출연한다고 해서 영화 투자자가 늘어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면, 배우로써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런 것들에 대해 배고팠던 시절(무명시절)이 있었고, 또 잘 알기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올 한해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활약하여 연기의 화신으로 거듭난 배우 조정석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정석은 지난 3~5월에는 뮤지컬 '헤드윅-뉴메이크업'으로 관객 앞에 서더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는 남자 유방암 환자라는 독특한 설정을 본인만의 생활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해 '역시 조정석!'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런 그가 영화 '형'에서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형 두식으로 분한다.
영화 '형'은 사기전과 10범 형 두식(조정석)과 잘 나가던 국가대표 동생 두영(도경수), 두 형제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기막힌 동거 스토리를 그린 브로 코미디다.
극 중 두식은 유도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실명한 동생을 핑계로 가성방 된 뻔뻔한 인물이다. 조정석은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두식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미워할 수 없게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제가 4남매 중 막내예요. 위로 형이 둘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제애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연기하는 저 역시 쉽게 몰입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관객 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거라고 생각해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웃긴 장면에서는 같이 웃고, 슬픈 장면에서는 같이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그런 점이 또 잘되는 영화의 비결이라고 생각하고요."
맡은 캐릭터의 성격 탓에 이번 작품에서 조정석은 쉴틈없이 욕 대사를 내뱉어야 했다.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욕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느라 그렇게 많은 욕 대사가 있었다는 건 체감하지 못했다고.
"욕을 더 찰지고 거칠게 할 수도 있었지만, 욕의 느낌에 있어서 정도를 지킨 것 같아요. 갯수는 대본상 있던 그대로 한 거예요. 작가님이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두영이가 이어폰을 끼고 형의 메시지를 듣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에도 욕이 막 흘러나와요. 아마 욕의 설정을 상스러운 육두문자가 아니라 친근함의 설정으로 해놓은 것이 아닐까요? 참고로 저희 친형들은 제게 욕을 하지는 않습니다.(웃음)"
욕의 톤까지 조절하는 조정석은 그야말로 '감'이 있는 배우다. 배우의 감은 오랜 시간 무대에 선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조정석은 말 다툼, 몸 싸움 등 형제의 불협화음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사실감 넘치는 묘사에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같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질투의 화신'도 애드리브가 많았다고들 생각하시는데 결코 아니에요. 대본에 있는 대로 할 뿐이고 다만, 감독님이 '컷'을 안해서 이어갈 뿐이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완성된 그림을 감독님이 쓰신 것이죠. 물론, 애드리브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애드리브가 많은 배우'보다 '대본과 시나리오에 충실한 배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감독님이 열어주셨을 때 향연을 펼칠 뿐이에요."
큰 인기와 함께 막을 내린 '질투의 화신'과 화제의 신작 '형'. 두 작품 속 맞은 캐릭터와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코믹한 생활 연기라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조정석은 "한 이미지에 굳어지는 것은 배우로써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년 전 '형'을 먼저 찍고 '질투의 화신'을 나중에 찍은 것이다. 공교롭게 종영과 개봉 시기가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름대로 항변하자면, 아예 다른 내용과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보여져서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된다면, 다음 작품 선택할 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거쳐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조정석. 그의 최종 목표는 '흥행 배우'가 되는 것이다.
"흥행 배우가 되고 싶어서 '질투의 화신'에 출연했고, 영화 '형'을 선택한 건 절대 아니에요. 아마 죽을 때까지 흥행을 위해 작품을 나누거나 선택하지는 않을 거예요. '흥미'를 느끼고 캐릭터의 감정이 확 와닿는 작품을 선택해요.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흥행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흥미를 느껴서 최선을 다한 작품을 많은 분들이 보시고 공감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